"'고졸' 시선? 신경안써요. 대학 4년보다 현장에서 1년이"

머니투데이 김훈남 기자 2015.01.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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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장군요리병' 출신 양띠요리사 이종현씨

SK뉴스쿨(옛 SK해피쿠킹스쿨) 출신 양띠 요리사 이종현씨(24) /사진=이동훈 기자SK뉴스쿨(옛 SK해피쿠킹스쿨) 출신 양띠 요리사 이종현씨(24) /사진=이동훈 기자


"중학교 땐 반에서 5등 안에 들 정도로 공부를 잘했어요. 반장도 해봤고요. 그런데 제가 하기 싫어하는 일은 안하거든요. 인문계 진학이 싫어서 조리과가 있는 실업계 고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서울 동빙고동 소재 한식당 '오늘'의 2년차 요리사인 양띠 청년 이종현씨(24)는 중학생 시절에 진로를 결정했다. '우등생'이었던 이 씨가 요리와 만난 것. 대구 관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전공도 외식산업학과를 선택했다.



2012년 군 제대 후 학교를 다니던 중 이 씨는 같은 과 친구로부터 "SK가 요리사를 양성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SK그룹의 사회공헌재단 'SK행복나눔재단'이 운영하는 청년 직업교육 프로그램 'SK해피쿠킹스쿨'(현 SK뉴스쿨)이었다. 교과서와 성적위주의 대학교육에 염증을 느끼던 이 씨는 과감히 고향 대구와 학교를 떠나 서울로 향했다.

이 씨는 "여긴 성적을 매기지 않고 교육과정이 현장 중심"이라며 "현장에서 일하는 셰프가 직접 가르치는 만큼 살아있는 현장 얘기를 많이 해준다"고 학교를 떠난 이유를 설명했다.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구로동에 방을 잡았다. 방값을 제외한 생활비는 교육을 마치고, 강사가 운영하는 식당에서의 아르바이트 급여로 채웠다.

매일 오전 9시 집에서 한 시간 거리인 동빙고동으로 등교해 일반 식당 일과와 동일한 교육을 받고, 아르바이트와 과제가 끝나면 으레 오후 10시가 넘었다. 어떤 날은 자정을 넘겨야 잠자리에 들기도 했다.

"군 복무 시절 조리병에 지원해 제대까지 8개월여를 군 장성의 식사와 만찬을 책임졌어요. 민간 조리사와 부대인근 산에 올라가 제철 나물과 채소를 따다 음식을 만들었습니다. 그때 나물 종류를 많이 알게 돼, 많은 도움이 됐어요"


SK뉴스쿨(옛 SK해피쿠킹스쿨) 출신 양띠 요리사 이종현씨(24) /사진=이동훈 기자SK뉴스쿨(옛 SK해피쿠킹스쿨) 출신 양띠 요리사 이종현씨(24) /사진=이동훈 기자
전국단위 요리대회서 4차례나 수상한 데다, 군 시절 장성의 식사를 책임질 정도였던 실력과 성실함 덕에 이 씨는 지난해 1월 쿠킹스쿨 졸업과 함께 SK행복나눔재단에서 운영하는 한식당 '오늘'에 취업했다. 이 씨는 취업과 동시에 부모님께 "이제 학교로 돌아가든, 계속 일을 하든 경제적 지원은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독립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대학에 계속 머물렀다면 지금도 독립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값에 교통비와 생활비를 쓰고 나면 얼마 남지 않아 저축하기 어렵다"면서도 "내 생활을 책임진다는 점에서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대학과정을 못 마친 것에 대해선 한마디로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씨는 "'쟤는 고졸이야'라는 시선이 있을 수 있지만 신경 안쓴다"며 "대학 4년보다 서울에 올라와서 받은 교육 1년 동안 경험한 게 더 크다"고 했다.

취업 후 이 씨의 일과는 1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픈조인 날은 오전 6시, 평소에는 오전 7시에 일어나 동빙고동으로 향한다. 점심예약확인으로 시작하는 일과는 오후 10시가 돼야 끝난다. 같은 일상이 반복되는 게 가장 힘들지만 "교육생시절부터 그렇게 해 와서 적응이 어렵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사회는 어떤 일을 시작해도 '최고가 돼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어 그 순간부터 무한경쟁이 시작되는 것 같아요. 최고라는 게 다른 사람보다 낫다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일을 하면서 느낀 건 굳이 '최고가 되겠다'는 추상적인 생각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 씨는 막연한 '최고'보다는 "자신이 생각하는 행복이나 꿈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남들이 쉽게 말하는 '성공'보다는 자신만의 기준에 맞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묵묵히 걸어가야 할 것 같다"며 "스스로 부끄럽지 않게 하루를 살면 새 길이 열리는 것 같다"는 게 이 씨의 지론이다. 이 씨의 꿈도 '세계 혹은 한국 최고 한식 요리사'보다는 직접 기른 채소로 한 요리를 내놓는 식당을 운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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