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갔던 日제조업계, '엔저' 덕 보러 다시 국내行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2015.01.05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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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등 인건비 상승도 국내 생산 회귀 부추겨

해외로 떠났던 일본 제조업체들의 본국 회귀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과 일본 정부의 추가 부양책으로 엔화 약세(엔저) 흐름이 장기화하면서 해외 생산을 지속할 경우 엔저 수혜를 제대로 보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현지 인건비 상승으로 비용절감 매력이 시들해진 가운데 일본 경제의 회복 기대감이 커진 것도 일본 기업들이 해외에서 본국으로 돌아오는 '리쇼어링'(re-shoring)을 부추기고 있다.



일본 전자업체 파나소닉은 세탁기 및 전자렌지, 에어컨 등을 모두 중국에서 전량 생산한다. 하지만 중국의 인건비 상승과 함께 엔저가 지속되자 다시 일본행을 결심했다. 요미우리신문은 파나소닉이 올해 봄부터 40개의 가전제품에 대해 국내 생산 전환 계획을 추진 중이라고 5일 보도했다.

파나소닉 가전제품의 일본 국내 매출은 약 5000억엔(약 4조6140억원)에 이르는데 이중 40%가 중국을 비롯한 해외에서 생산된다. 절반에 가까운 제품을 해외에서 만드는 만큼 엔저 수혜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게 국내 생산 회귀의 배경이 됐다.



다른 제조업체들도 엔저 수혜를 극대화하기 위해 국내 생산 비중을 늘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카를로스 곤 닛산자동차 사장은 지난달 일본 마이니치신문과 인터뷰에서 "국내 생산대수를 연간 10만대씩 늘릴 계획"이라며 올해 국내 생산량이 100만대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엔저로 일본 생산이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본 자동차공업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케 후미히코 혼다자동차 회장은 "부품 업계에서도 엔저로 국내 회귀가 시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카메라 생산업체 캐논 또한 약 40% 수준이었던 국내 생산 비중을 향후 50%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도시바는 이미 재작년부터 태국에 있던 소형 가전제품의 생산을 순차적으로 국내로 돌리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지난달 칼럼에서 "120엔 수준의 엔/달러 환율은 일본 제조업체들이 국내로 돌아올 기회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엔저와 함께 주요 생산거점이었던 중국과 동남아시아의 인건비 상승도 일본 기업들의 안방 복귀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 주요 도시의 인건비는 몇 년 전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중국을 대신할 생산거점으로 떠올랐던 동남아시아도 최근 들어 빠르게 임금 수준이 높아지는 추세다. 파나소닉의 주요 생산거점 가운데 하나인 인도네시아의 올해 주요 도시 최저임금은 작년대비 20% 이상 오를 전망이다. 이는 베이징 및 광저우 등 중국 주요 도시 임금의 90%에 맞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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