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주 '공유'하니 생활비 반값…30대 직장인의 하루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2015.01.05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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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conomics Korea] ①글로벌 공유경제 연간 80% 급성장… 국내에서도 다양한 성공사례 발굴돼야

편집자주 제러미 리프킨의 주장처럼 '소유'의 시대는 끝난 걸까. 소유보다 공유가 익숙한 '위제너레이션(We Generation)'이 등장했다. 우버의 불법 서비스 논란을 지켜보며 공유경제가 기존 시장경제를 잠식한다는 우려와 함께 시장 초기의 통과의례라는 시각도 공존한다. 어느 쪽이든 법과 제도를 논하기 전 이미 젊은이들에게 공유는 라이프 스타일 혹은 창업 기회로 자리잡았다. 아직 걸음마 단계인 국내에서 공유경제가 '빛'으로 자리잡기 위한 대안을 모색해본다.

그래픽=최헌정 디자이너그래픽=최헌정 디자이너


30대 중반의 직장인 공유씨는 30분 늦게 일어났다. 서울러 카쉐어링 앱 '그린카'를 통해 집 근처 주차된 차를 발견했다. 이용료는 냈지만 덕분에 출퇴근시간을 아껴 지각을 면했다. 출근하자마자 갑자기 협력사 미팅이 잡혔다. 급히 나오느라 복장이 불량한 공유씨. 정장공유 사이트 '열린옷장'에서 이동 중 정장을 수령했다. 3시간 가량 소요되는 협력사 미팅은 코워킹스페이스 '코업'을 통해 판교의 빈 사무실을 예약했다.

퇴근 무렵 갑자기 귀가가 늦어진다며 걸려온 아내의 전화. 혼자 먹기가 싫어진 공유씨는 소셜다이닝 플랫폼 '집밥'에서 이웃들과 피아노 연주를 들으며 죽을 함께 먹기로 했다. 식사테이블에선 크라우드펀딩이 화제다. 그게 뭐지? 도서공유 사이트 '국민도서관 책꽂이'에서 관련 서적을 빌려보기로 했다. 가만, 주말 경주로의 여행 숙소예약을 깜빡했네. 그래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비앤비 히어로'에서 남는 방이나 숙박공간을 저가에 예약하면 되니까.



공유씨는 오늘 하루 자동차, 정장, 회의공간, 레스토랑, 도서, 여행지 숙박업소 등 공유기업을 통해 14만3000원을 아꼈다. 기존의 렌터카업체나 정장 렌탈업체, 카페나 펜션 등을 이용했다면 약 24만원의 비용이 소요됐을 터. 하지만 10만원 안팎의 비용으로 만족도는 더 높았다. 직접 물건을 구입할 때보다 다양한 선택을 즐길 수 있고 사람들과 함께 소비(협력적 소비, Collaborative Consumption)하는 것 그 자체도 '쿨'하다.

옷장에 지난 1년간 한 번도 입지 않은 옷, 한 번 읽고 책장에 십여년간 방치된 책들. 혼자 먹기엔 너무 많이 남은 식자재, 퇴근 후 하루에 10여분 남짓이나 이용할까 말까한 집안 내부의 공간들. 광고를 볼 때마다 유혹에 흔들리지만 구매비용을 전부 지불하기엔 너무 큰 부담인 신형 자동차. 정말 이 많은 물건들을 우리가 '갖고' 싶었던 걸까.



◇공유경제, 대안경제를 넘어 글로벌 패러다임으로

공유경제가 대안경제를 넘어 글로벌 패러다임 전환의 키워드로 자리잡고 있다. 세계 공유경제 규모는 2013년 기준 51억달러 수준이지만 매년 80%이상 폭발적 성장을 누리고 있다.

공유경제(Sharing Economy)란 한 번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공유해 쓰는 협력적 소비의 경제로, 2008년 하버드 법대 로렌스 레식 교수에 의해 처음 사용된 말이다. 물품을 소유 개념이 아닌 서로 대여해주고 차용해주는 협업 소비를 기반으로 하며 대여자, 이용자, 공유업체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윈윈구조다. IT플랫폼을 통해 거래가 용이해지면서 최근엔 시간, 재능, 경험 등 무형자원의 공유로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공유경제 시장의 95%를 차지하고 있는 북미, 유럽에서는 신형 프리우스를 자랑하는 대신 자동차 공유서비스 집카의 회원, '집스터'가 됐는지 얘기하느라 바쁘다. 크레이그리스트, 이베이를 통해 물건을 팔고 스와프에이스와 아워스와프스 등 인터넷 사이트에서 책, DVD, 게임을 교환한다. 프리사이클, 리유즈잇 등에 필요없는 물건을 기증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파리에서는 여행자들이 '벨리브(velib)' 글자가 새겨진 공용자전거를 이용하고 런던에선 도시인에 노는 땅을 연결해주는 TV프로그램 '랜드셰어'가 인기다.

공유경제가 기존의 소유경제와 차별화되는 점은 구매를 포기한 고객군을 끌어들이고 유휴자원을 통해 비전문가의 시장참여를 독려해 결과적으로 시장 전체의 파이를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공유경제 시장에서는 절판된 책이나 음반이 시장에 유통되고 이미지 공유 및 검색 사이트 핀터레스트(Pinterest)처럼 비전문가인 개인의 사진이 거래된다. 결과적으로 거래비용이 줄고 유휴자원을 통한 거래수익이 창출돼 자원의 활용도가 높아진다.

공유경제의 확장은 공유기업들이 '애초에 의도하지 않은' 긍정적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민박, 지역관광, 농산물 등이 공유경제 플랫폼에서 거래되면서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고 노인, 비취업자, 주부 등 비경제 인구층의 시장참여도 높일 수 있다. 자원을 생산 후 소비하는 구조에서 유휴 상태의 자원활용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하면 쓰레기가 줄면서 환경보호 효과로 이어진다.

의식주 '공유'하니 생활비 반값…30대 직장인의 하루
◇기존 소유 기반 기업들에겐 위기이자 기회

이처럼 공유경제가 상품 자체가 아니라 재화를 이용하는 '방법'을 바꾸는 등 경제 생태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자 기존의 소유기업들도 공유기업에 투자하거나 아예 공유서비스 모델을 만들며 변화에 합류하고 있다. 전체 인구의 12%가 공유경제에 참여하고 있는 독일은 120여개의 카쉐어링서비스 중 독일 철도청 서비스가 전체의 31%를 차지한다. BMW와 폭스바겐 역시 M&A나 협력을 통해 카쉐어링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대형 렌터카업체 에이비스(Avis)는 자동차 공유서비스 기업 '집카'를 인수했고 어도비는 사진 공유서비스 '포토리아'를 인수했다. 페이스북이 무려 1조원에 사진공유 서비스 '인스타그램'을 인수한 사례는 유명하다. 벤처 투자도 뜨겁다. 지난달 세쿼이아, TPG,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 등 12곳의 투자사가 우버에 12억달러를 투자했다. 서비스의 국가별 불법성 논란은 차치하고 우버의 기업가치는 400억달러로 추정된다.

팀버랜드는 공유경제의 일환으로 제품 수명을 늘리는 제품서비스통합 시스템을 선보여 신상품 '어스키퍼스 2.0'을 내놨다. 팀버랜드 신발은 내구성은 높고 함께 분해가 용이하고, 재사용 가능한 재료를 사용한다. 밑창을 교환하고 가죽을 덧대고 깔창을 바꿔주는 서비스로 평생 신을 수 있는 신발을 만든 것.

나이키의 광고와 홍보비용은 10년 전보다 55%나 감소했다. 대신 나이키플러스 같은 소셜허브에 투자해 조깅을 좋아하는 전세계 사람들이 자신의 조깅 경로와 지도를 올리고 서로 조언을 주고 받거나 함께 뛸 수 있게 커뮤니티를 지원한다. 2009년 말 기준 나이키플러스에서는 1200만명이 1억3200만 마일 이상을 달렸다. 이를 통해 나이키플러스에 참여한 회원 중 나이키 제품을 구매한 적 없는 40%가 결국 나이키 제품을 구매했다.

국내에서는 최근 KT가 성남산업단지관리공단, 한국산업단지셰어드서비스와 손잡고 기업형 공유서비스를 시작했다. 기업들이 사업 운용에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를 공동구매·이용해 불필요한 구매비용과 원가를 절감하도록 한 것.

하지만 현대차를 비롯해 다른 대기업들의 움직임은 아직 더디다. 이에 대해 크라우드산업연구소 측은 "국내 공유경제는 아직 도입단계로 소유경제를 반대하는 일부 사회적 움직임이라는 인식적 한계에 머물러 있다"며 "이런 한계를 극복하려면 해외처럼 다양한 성공 사례가 발굴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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