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의 한 편의점의 담배판매대가 비어 있다. /뉴스1 ⓒ News1 양동욱 기자
한 갑이라도 더 사기 위해 종업원들에게 '읍소'를 하는 시민부터 비싼 값에 팔기 위해 담배를 숨겨둔 것 아니냐며 거칠게 '항의 소동'을 벌이는 시민도 있었다.
종업원은 "안 된다"며 단번에 거절했지만 계속되는 김씨의 부탁에 진열대에 남은 마지막 담배를 결국 김씨에게 건네줬다.
"담배가 없다"는 말에 욕설을 퍼붓는 시민도 적지 않았다.
종로구 한 지하상가 편의점에서는 술에 취한 60대 남성이 남은 담배가 없다는 종업원의 말에 한동안 목소리를 높이며 욕설을 하다가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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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에서 만난 조모(48)씨는 "원하는 담배를 못 사면 상당히 불쾌하다"며 "XXX들. 정부에서 대책 없이 정책을 내놔서 벌어진 일"이라는 말을 남긴 채 편의점을 나갔다.
자신이 원하는 담배를 찾지 못해 '꿩 대신 닭'이라는 심정으로 니코틴과 타르 양이 비슷한 다른 담배를 사가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종로구에서 만난 홍성훈(30)씨는 "오늘 12시까지만 피우고 끊으려고 4~5군데를 돌아봤지만 평소 피우던 담배를 파는 곳이 없었다"며 "내일 오전 담배가 다시 쌓여있을 것을 생각하니 화가 난다"고 말했다.
명동 한 편의점을 찾은 최영욱(41)씨도 원하는 담배가 없자 다른 담배를 골랐다. 최씨는 "담배라는게 마약이나 마찬가지라 한순간에 끊을 수 있는게 아닌데 정부는 세금을 받으면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정부를 겨냥했다.
편의점이 담배를 숨겨둔 것 아니냐는 시민들의 불신은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었다.
종로구에서 만난 이모(21)씨는 "괘씸하다. 절대 못믿는다. 편의점 알바를 해봐서 아는데 밑에 서랍에 담배가 있을 것"이라며 "거기 없어도 창고 어딘가에는 있다. 없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편의점 측은 '결백'을 주장했다. 타임스퀘어 인근 편의점의 종업원은 재고 여부를 묻는 시민에게 "한 번 보세요. 있나 없나"라며 직접 창고를 보여줬다.
영등포시장 한 편의점 종업원은 "숨겨둔 담배가 있냐고 묻는 손님이 많은데 그런 건 회사에서 금지 시킨다"며 펄쩍 뛰었다. 그러나 지방 등 일부 편의점에서는 담배를 숨겨 놓고 팔지 않는 사례가 단속에 적발되기도 했기 때문에 애연가들의 의구심이 전혀 근거없는 것만은 아니었다.
이런 탓에 종업원들은 오늘 밤을 '고비'로 여기고 있다. 종로구 한 편의점 종업원 신예리(25)씨는 "담배를 왜 안파느냐며 죽여버리겠다고 하는 손님도 있었다"며 "새벽에 술에 취해 난동을 피우는 손님들이 있을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편의점주들은 '담배 대란'에 울상이다. 명동의 편의점주 오동근(57)씨는 "담뱃값 인상 발표 이후 담배 매출이 반 이상 줄었다"며 "손님들의 사재기 때문에 1~2개월 정도 매출이 제자리걸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이후에도 매출이 오를 것 같지는 않다"고 우려했다.
(박응진·권혁준·김일창·양새롬·윤수희·정재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