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예로 ‘인구론(Essayon Population)’의 저자로 잘 알려진 멜서스는 식량 부족을 피할 수 있도록 산아제한을 해야 한다며 “아이를 많이 낳는 부모는 그 대가로 빈곤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경고를 결혼식 때 반드시 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우습기 짝이 없는 일이지만 사실그가 활동하던 무렵 영국 국민 대다수가 절대적인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울하고 비관적인 어조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것이다.
박정태 경제 칼럼니스트
#그리고 이로부터 100년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며칠 전 현대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의 1인당국민소득(GNI)이 2014년에 2만8000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올해에는 3만 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보릿고개를 겪어야 했던 1960년 1인당 국민소득이 79달러에불과했고 1965년에야 비로소 105달러를 기록했음을 상기하면가히 폭발적인 경제성장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평균치이긴 하지만 연 3만 달러라고 하면 케인스의 표현처럼 더 이상 경제적 걱정에 매달리지 않아도 될 만한 소득이다.
#그런데도 다들 살아가기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고 한다. 경제 규모는 커졌는데 일자리는 늘어나는 것 같지 않고, 자영업자들의경기 역시 예전 같지 않다. 청년 세대고 중장년 세대고 할 것 없이 올 한 해 살림살이도 어려울 것이라고걱정한다. 소득은 엄청나게 늘어났고 성장률도 그런대로 괜찮은 편인데,경제 불안감은 더 깊어진 것이다.
부유한 사람들은 다를까? 아니,오히려 더 심하다. 더 많은 돈을 벌어 더 잘 살게 되면 일 이외의 것에 더 많은 관심을쏟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반대로 개인적인 삶은 더 빈곤해졌다. 소득이 많고 부유할수록 일하는 데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돈 걱정을하지 않기 위해 필요한 돈”은 부자일수록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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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케인스의 예측이 어긋난 건 아니다. 케인스는 경제적걱정에서 풀려난 뒤에도 불굴의 정신으로 돈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며, 그들이 우리 모두를 풍요하게해줄 것이라고 썼다. “그러나 그런 시대가 도래할 때 그 풍요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은 삶의 기술을 활짝꽃피우고 생계수단을 벌기 위해 자신을 팔지 않아도 될 사람들일 것이다.” 어떤 사람이 될지는 각자의선택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