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야근·성탄절에도 출근…男부장, 일만 하는 이유

머니투데이 유효상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2014.12.29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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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상의 교수의 직장남녀탐구]<33>'행복'을 바라보는 남녀의 시각차

편집자주 여자와 남자는 업무를 처리하는 방법이 다르다. 의사소통하는 방식도 다르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결정하는 방식, 갈등 해결방식도 다르다. 우선순위를 정하거나 감정을 처리하거나 스트레스를 다루는 방법도 모두 다르다. 이는 남녀의 차이는 능력에서 나온 결과가 아니다. 서로 다른 시각과 경험을 갖고 있기에 근본적으로 다른 렌즈로 세상을 보기 때문이다. 각각 다른 렌즈로 세상을 보기에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직장에서 남녀간에 사각지대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성별이해지능(Gender Intelligence)'이라 한다. 과연 직장 내에는 어떠한 사각지대가 존재할까? 어떠한 문제점이 발생할까? 이러한 사각지대를 모두 해결한다면 과연 우리의 조직은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 성별이해지능을 갖춘 남녀가 모든 리더 자리에 그리고 사회 모든 계층에 포진되어 있다면 세상이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

“부장님은 왜 그렇게 열심히 일하세요? 매일 야근하시고, 아침에는 항상 제일 일찍 출근하시고, 심지어는 이번 성탄절도 회사 나오셔서 일 하시고….”
“나중에 행복하게 살려면 지금 이정도 고생은 아무것도 아니지…. 자네들도 나중에 행복하게 살려면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할 거야.”
“지금도 거의 매일 야근인데…. 그런데 부장님께서 생각하시는 행복이란 어떤 것 인가요?”
일년 내내 너무나 열심히 일하는 워크홀릭 남자부장이 존경스럽기 보다는 조금은 안쓰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한 여성직원들이 송년회 자리에서 조심스럽게 질문을 하고 있다.

매일 야근·성탄절에도 출근…男부장, 일만 하는 이유


행복에 관한 갖가지 자기수양서가 넘쳐나는 요즘이다.
최근 이러한 현상에 대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프린스턴대학의 대니엘 커너먼 교수는 일반적으로 행복을 연구하는 학자들이나 소위 행복전도사들이 행복에 대한 복잡성을 지나치게 단순화 시키는 오류를 통하여, 사람들에게 단지 몇 가지의 숫자로 행복을 정의하고, 간단한 방법으로 쉽게 행복해 질 수 있는 비법이 마치 있는 것처럼 잘못된 환상을 심어주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예를 들어 날씨가 좋은 지역에서 살면 날씨가 좋지 않은 지역에 사는 사람보다 행복할 거라든가, 단지 소득이 높아지고, 큰 집에 살고, 멋진 자동차나 명품핸드백이 행복을 가 져다 주는 전령사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들의 믿음과는 달리 절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라고 영국의 심리학자인 다니엘 네틀 뉴캐슬대학 교수는 ‘행복심리학’이라는 저서를 통해 밝힌 바 있다.
또 커너먼 교수는 미국인 60만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를 통하여, 미국인들은 연간 6만불의 소득이 넘어가면 소득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없다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어떠한 삶이 행복한 삶인가’라는 개념의 행복과 실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가’라는 경험적 삶의 괴리에 대한 유명한 연구결과도 발표하였다.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행복’과 ‘실제 느끼는 행복’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1970년에서 1990년 사이에 미국인들의 평균소득은 300%가 증가했지만, 미국인들의 행복지수는 거의 변화가 없다는 연구도 있다. 부자가 돼도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적응’이라는 심리작용 때문이다. 즉, 소득이 올라가도 거기에 익숙해지면서 처음의 도취감은 사라지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본래의 행복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네틀 교수는 ‘자기가 삶을 통제하고 있는가’라는 자율성이 경제지표보다 행복을 예측하는 데 더 훌륭한 지표라고 지적하면서, 사람들은 행복해지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지만 그럴수록 행복은 멀어진다는 이른바 ‘쾌락의 역설’의 개념을 강조하였다. 왜냐하면, 행복에 대한 욕망은 자신을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비교하게 만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커너먼 교수는 모든 인간들은 ‘경험자아와 기억자아’에 대한 엄청난 편향(bias)을 갖고 있으며, 경험자아를 지나치게 경시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했다. 지금 순간 순간의 행복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미래의 막연한 행복에 대한 기대감을 버리라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가면 또 다시 행복에 대한 생각도 바뀐다는 것이다.


최근에 인기리에 종영한 ‘미생’이란 드라마의 영향으로 거의 모든 직장인들은 바둑 용어인 ‘미생과 완생’이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고, 힘들지만 조금만 노력하면 누구나 미생에서 완생이 될 거라는 희망을 갖게 했던 드라마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미생과 완생’을 사회풍자적인 개념으로 ‘비정규직과 정규직’, ‘불행과 행복’, ‘불안정과 안정’이라는 새로운 비유에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드라마에서나 실제 사회생활에서나 그 어느 누구도 스스로를 완생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남들의 시선으로 완생이라고 여겨지는 사람들도 반드시 그들도 감당하기 힘든 그들만의 엄청난 무게를 지닌 고민과 고통을 갖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성별이해지능(Gender Intelligence) 전문가들에 따르면, 조직에서 남성들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들인 노력이나 과정보다는 일에 대한 결과에 더 집착하기 때문에, 일의 과정에서 벌어지는 어떠한 희생도 마다하지 않으며, 일을 하는 과정을 즐길 여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니 끊임없이 노력해도 만족하기가 어렵고 결과를 위해서라면 불법과 탈법도 서슴지 않는 경우도 발생하게 된다.

반면 여성들은 그 결과를 얻기까지 거쳐 왔던 도전들을 알아 줄 때 인정받는다고 느끼고 뿌듯해한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만큼 그 과정에서 경험하는 것도 중요시한다. 이것은 굉장히 큰 차이이다. 남자들은 상대방이 자신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하거나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도와주겠다고 나설 경우 자신의 능력을 믿지 못하거나 신뢰하지 않은 것이라고 여기는 데 반해 여성들은 그렇지 않다.

여성들은 목표달성보다는 먼저 관계를 형성하고 그 관계를 개선해나가면서 목표를 달성하려 한다. 여자들은 보통 어떤 조치를 취하기에 앞서 상황을 이해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여성들에게는 의사소통이 굉장히 중요하다. 팀원이나 회의에 참석한 모두가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서로의 의견을 들어주는 것이 문제 해결책을 찾는데 중요하다고 믿는다.

함께 협력해서 일할 수 있는 작업환경, 동료와 상사의 지지, 아이디어 공유와 상호관계 수립이 여성들에게는 돈이나 지위, 권력만큼 중요하다.
아무리 뛰어난 성과를 거둔다고 하더라도, 남성들의 결과중심적인 사고 방식은 일의 과정에서 느끼는 진정한 경험을 간과하기 쉽기 때문에, 과정을 중시하는 여성들과 협력하여 시너지를 내야만 우리들이 느낄 수 있는 경험자아가 매 순간 우리를 행복하게 할 것이다.

우리 모두는 미생이지만 결코 불행하거나 외롭지 않을 것이다. 남녀가 서로를 존중하고, 모든 조직에 성별이해지능이 뛰어난 리더(Gender Intelligent Leader)들이 많아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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