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폐가전제품 무상 방문수거와 나비효과

머니투데이 정연만 환경부 차관 2015.01.14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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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만 환경부 차관정연만 환경부 차관


'나비효과(The Butterfly Effect)'란 말이 있다. 중국 베이징의 작은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미국에서 폭풍우가 분다는 이론이다. 미국의 기상학자인 에드워드 로렌츠가 1963년 소개한 나비효과는 어떤 일이 시작될 때 있었던 아주 작은 차이가 시간이 지나면 결과에서는 큰 차이를 만든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2012년부터 시작한 폐가전제품 무상 방문수거란 작은 날개짓이 자원 재활용과 환경오염 방지라는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폐가전제품 무상 방문수거 서비스는 가정에서 누구나 전화나 모바일 메신저, 온라인으로 폐가전제품의 배출을 예약하면 수거 전담반이 직접 가정을 방문해 무료로 수거해가는 서비스다.

폐가전제품 무상 방문수거 서비스를 이용해 컴퓨터, 냉장고, 세탁기 등의 전자 제품을 버리는 아주 간단한 행위가 나비효과처럼 엄청난 경제적 효과와 생활의 편리함을 주고 있다.



우리가 1톤의 금광석에서 금을 얻기 위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 부어 채취할 수 있는 금의 양은 평균 5g에 불과하다. 하지만 같은 무게의 개인용 컴퓨터(PC)에는 평균적으로 금 29g, 은 84g, 코발트 24g 등을 얻을 수 있다. 단순한 산술 계산만을 해도 개인용 컴퓨터를 재활용하는 일이 금광석을 채취할 때 보다 훨씬 경제적으로 이득인 셈이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이 사용하는 가전제품은 약 3억3000만대로 추정된다. 이중 매년 약 3600만대의 가전제품이 폐기된다고 볼 때 엄청난 경제적 이익이 잠재된 것이다.

주의할 점은 폐기되는 가전제품의 환경 오염 문제다. 일반적으로 가전제품에는 수은, 납과 같은 인체에 유해한 중금속이 포함돼 있으며 특히 냉장고의 경우 지구 온난화를 유발하는 냉매 가스를 포함하고 있다. 그 처리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폐가전제품의 자원을 재활용할 때 친환경적인 처리를 고민하지 않고 단순히 수익창출만 생각한다면 환경오염을 유발시킨다.


폐가전제품의 자원을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재활용하는 것이 무상 방문수거 서비스의 가장 큰 목표 중 하나다. 무상 방문수거의 첫 번째 날갯짓은 가정에서 배출한 폐가전제품이 파손되지 않고 온전하게 친환경 재활용 시설로 옮겨지는 것이다.

친환경 재활용 시설에서는 냉장고의 경우 냉매를 안전하게 회수한 후 냉매 압축기를 떼어내기 때문에 온실가스 유출과 같은 환경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 두 번째 날갯짓은 재활용 과정에서 추출된 철, 구리, 알루미늄, 플라스틱 등을 산업원료나 소재로 다시 이용하는 것이다.

도입된지 2년이 지난 폐가전제품 무상 방문수거는 이제 바람의 단계를 넘어 폭풍우 단계에 진입했다. 올해에만 무상 방문수거 서비스를 통해 1만4000여톤의 폐가전제품이 재활용됐다. 약 40억 원의 배출 스티커 수수료를 절약하는 효과를 거뒀다. 폐가전제품에서 추출된 철, 알루미늄 등의 원료가 천연자원을 대체하며 약 300억 원의 경제적 편익을 올렸다. 대체자원의 역할을 하여 광물제련공정, 소각·매립 등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5만톤 가량 감축하는 효과도 보였다. 전기차 2만대를 보급하는 것과 같은 온실가스 감축량이다.

환경문제 해결과 자원의 재활용이라는 폭풍우를 일으킨 폐가전제품 무상 방문수거는 국민의 불편함이라는 묵은 먼지도 시원하게 날려버렸다. 그동안 냉장고나 세탁기 등 무거운 가전제품을 버릴 때 귀찮고 힘들었다. 무거운 가전제품을 버리는 수고스러움에다 배출 스티커를 구매해야 하는 경제적 부담까지 있었다.

서울 6개 자치구에서 시작된 무상 방문수거 서비스는 이제 전국적인 태풍이 될 전망이다. 국민들의 호응이 매우 좋고 수거량도 증가하는 성과를 거두며 올해 9월부터는 전국으로 범위를 넓혔다. 무상 방문수거 서비스라는 시원한 바람을 국민들이 느끼도록 기반을 마련했다.

앞으로 더 많은 국민들이 이 서비스를 이용하여 무상 방문수거라는 작은 날갯짓이 재활용을 통해 천연자원 대체, 온실가스 저감이라는 커다란 태풍으로 커질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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