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소송 대상은 세탁기다. 사건은 지난 9월 유럽 최대 국제가전전시회(IFA)가 열린 독일 베를린의 전자제품 유통 매장에서 시작됐다. LG전자 임직원이 삼성전자의 최신 제품인 크리스탈블루도어 드럼세탁기를 살펴본 이후 제품 2대가 손상된 것이 발견됐다. 매장 직원은 이를 경찰에 신고했고 현장에서 세탁기 4대 값을 변상했다.
10여일 뒤 삼성전자가 조성진 LG전자 H&A사업본부장(당시 HA본부장, 사장)을 검찰에 수사의뢰하면서 사건은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다른 매장에서 제품을 손상시킨 인물이 바로 조 사장이라는 이유에서다.
다소 복잡해 보이지만 사건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의외로 해결방법은 간단하다. 사건의 핵심은 독일 유통매장에서 제품을 훼손시킨 것으로 의심되는 행동이 일어났다는 점이다.
기자는 구체적으로 제품을 파손하는 행위의 동영상을 못 봤으니 이로 인해 제품이 손상됐는지 여부는 검찰 조사에서 밝히면 되는 일이다. 만약 손상이 일어났다면 행동을 한 쪽에서, 반대로 손상이 없었다면 의심한 쪽에서 사과와 배상을 하면 되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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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쉬운 일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그 당시 CCTV 동영상을 공개하는데 합의해 일반에 공개했다면 검찰 조사까지 가지 않고도 해결됐을 문제로 보인다. 하지만 동영상 공개는 개인 프라이버시 문제가 있기 때문에 LG전자 임직원들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논란을 빨리 종식시키고 싶다면 CCTV를 공개하는 것도 방법이다.
결국 양측이 한발도 물러서지 않으면서 검찰 조사까지 가게 됐다. 검찰이 조사에 나섰으니 파손의 당사자로 지목된 조 사장의 검찰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LG전자에서는 피고소인 5명 가운데 4명이 이미 조사를 받은 상황이고 조 사장의 경우 연말 인사와 조직개편,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CES) 참석 등으로 조사 일정을 조정해 달라는 입장이다.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라는 확실한 신분보장이 있는 상황에서 출국금지는 너무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한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검찰이 조사에 착수한 시점이 9월 중순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검찰 입장에서는 이미 3개월이라는 시간을 준 셈이다.
해외에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고 고용을 창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해야 한다'는 진리를 뛰어넘을 수는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