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주 배당 확대…상장사로 온기 퍼지나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14.12.22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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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이어 삼성전자도 최고 50% 배당확대 검토…"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전기 마련할 것"

대장주 배당 확대…상장사로 온기 퍼지나


"국내 시가총액 대장주의 배당확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전기를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이승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삼성전자가 주주들을 위해 '통큰' 배당 확대를 결정하자 적극적인 주주 환원정책이 전체 상장사로 퍼져 나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 '시세차익' 외에 '배당'으로도 투자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면 앞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해소될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전자, 당기순익 낮아져도 살 이유 생겼다=삼성전자가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배당금액을 결정했다는 소식에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저평가 해소 국면을 맞이했다고 풀이했다. 단기 주가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9일 올해 30~50%의 배당금 확대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 배당금 규모는 최소 2조8040억원에서 3조2355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보통주 1주당(중간배당 포함) 약 1만8590원~2만1450원의 배당금을 받게 되는 셈이다. 배당총액이나 주당 배당금액 모두 사상 최대다. 지난해 배당총액은 2조1570억원, 보통주 1주당 배당금은 1만4300원이었다. 삼성전자의 배당수익률은 지난해 1.0%에서 올해 1.5% 수준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배당성향 역시 지난해 7.2%에서 올해 최대 14%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이가근 KB투자증권 연구원은 "2015년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은 20조3680억원으로 추정되는 등 실적 기대감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면서도 "낮아진 실적 기대감은 이미 주가에 선방영됐고 자사주 취득 및 배당확대 등 주주화원 정책이 향후 주가 상승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삼성전자가 배당확대책을 발표한 지난 19일 주가는 외국인 매수에 힘입어 전일 대비 4.9% 오른 132만8000원에 마감했다.

대장주 배당 확대…상장사로 온기 퍼지나
다만 삼성전자가 '특별배당금' 성격으로 일시적 배당 확대책을 내놓은 점이 아쉽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이번 배당확대책은 이례적인 일로 삼성전자의 단기 주가 상승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일시적 배당확대 정책보다는 중장기에 걸친 배당성향 확대 가이던스가 나온다면 더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B투자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배당성향(연결기준)은 2007년 15.8% 이후 꾸준히 감소해 지난해 7.2% 수준에 머물렀다. 당기순이익은 그 동안 큰 폭으로 늘어났지만 전체 배당규모가 그를 따라가지 못해 결과적으로 배당성향은 낮아졌다.


◇정부정책·주주요구…상장사들 현금 배당 '줄이어'=삼성전자에 앞서 현대차는 지난 10월 3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배당폭을 확대하는 한편 중간 배당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대기업의 배당확대 결단은 최근 정부에서 '기업소득환류세제'를 내년부터 시행키로 하는 등 배당유도 정책에 화답한 것으로 풀이된다"며 "대기업이 정부 정책에 선제적으로 대응함에 따라 다른 상장사들 주주도 배당확대를 요구할 것으로 보여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소득환류세제란 기업의 투자, 임금 증가, 배당 등이 일정 기준에 미달할 경우 과세하는 제도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투자자가 기업에 투자해 돈을 버는 방법은 '시세차익'과 '배당'이 있는데 한국은 배당을 통한 수입 획득의 길은 거의 가로막혀 있는 나라로 통했다"며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결단은 이러한 이미지를 개선하는데 기여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요인을 해소시켜 나갈 것"이라고 평가했다. 자본시장연구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배당성향은 18.8%로 신흥시장(33.1%) 및 선진시장(43.4%)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2020년까지 정부출자기관의 배당성향을 40%까지 단계적으로 높이기로 결정한 것도 국내 증시에 긍정적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출자기업의 배당성향은 지난해 24.2%로 선진국 수준에 크게 못미친다. 스웨덴의 2011~2013년 공기업 평균배당성향은 48~82.9%, 영국은 48.1~68.9%다. 정부출자기관의 배당 확대 방침이 알려지자 지난 19일 정부출자기관 중 상장기업인 기업은행, 한국전력, 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 등은 0.34%~5.73%대 강세로 거래를 마감했다.

정부정책과 주주요구에 실제로 현금배당을 결정한 상장사들이 전년대비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2월 이후 현재까지 현금·현물배당을 결정한 상장사는 총 45곳으로 지난해 동기(34건) 대비 32.4% 늘어났다. 세부 기업들의 배당 내용을 살펴보면 엔씨소프트가 총 배당금 규모를 전년 대비 5배 이상 늘리는가 하면 일부 중소기업들은 5~6년 만에 처음으로 현금배당을 실시하는 등 변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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