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제일모직 수급블랙홀, 얼마나 갈까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14.12.18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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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코스피시장에 첫 입성한 제일모직 (152,000원 ▲200 +0.13%)이 상장 첫 날 공모가 대비 2배가 넘는 가격에 마감, 공모주 투자자들을 기쁘게 했다. 하지만 여타 투자자들로부터는 원성을 사고 있다. 제일모직이 시장전체 수급구조의 왜곡을 초래해 지수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증시에서 제일모직은 공모가(5만3000원)의 2배인 10만6000원에 시초가를 형성한 후 시초가 대비 6.6% 오른 11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0~11일 공모청약에서 청약증거금 30조원을 끌어모은 제일모직의 이날 하루 거래대금은 1조3689억원에 달했다. 코스피시장 전체 거래대금(5조2426억원, 오후3시 기준)의 26.11%에 달한다.



투자자별 매매동향에서도 제일모직으로의 쏠림현상이 잘 나타난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5452억원을 순매도했는데 이 중 4494억원이 제일모직 1개 종목에 대한 매도물량이었다.

기관은 이날 4995억원을 순매수, 지난 1월27일(5282억원) 이후 11개월만에 가장 많은 물량을 사들였는데 이 역시 제일모직으로 인한 착시현상이었다. 이날 기관의 코스피 전체 순매수규모의 80.2%에 달하는 4004억원어치가 제일모직으로 유입됐다.



특히 투신(+1234억원) 연기금(+1230억원) 금융투자(+439억원) 등을 중심으로 제일모직 주식을 왕성하게 사들였다. 기관은 이날 제일모직이 속한 섬유의복 업종 외에도 화학, 금융업, 음식료업 등의 업종에서 매수우위였다. 하지만 그 규모는 100억~200억원선에 그쳤다.

제일모직이 6% 이상 상승한 반면 코스피는 장중 1% 하락, 1880선 초반대까지 밀리기도 했다. 코스닥지수 역시 장중 2% 이상 밀렸다가 그나마 낙폭을 줄여 1%대 하락한 수준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겠노라는 발표가 나와 미국 S&P500지수, 일본 니케이225지수가 2% 이상 오르고 대만,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이 동반상승한 것과 대비된다.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FOMC발 호재로 코스피가 반등할 수 있었음에도 제일모직으로의 쏠림현상이 반등기회를 막았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유동성 쏠림현상은 이미 지난달 삼성에스디에스 (159,100원 ▲600 +0.38%)(이하 삼성SDS)가 상장했을 때도 나타난 바 있다. 당시에도 외국인 전체 순매수규모를 웃도는 자금이 연일 삼성SDS 1종목에 쏠렸다. 삼성SDS를 제외하고는 코스피시장 전체서 사실상 순매도를 기록한 외국인이 매수우위 포지션을 취한 것과 같은 착시현상이 나타났다는 얘기다.


'유동성 블랙홀'로서의 제일모직의 영향력은 얼마나 지속될까.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제일모직은 신규상장주로서 받게 되는 관심 외에도 삼성 지배구조 이슈가 더해지면서 코스피시장 전체의 유동성을 흡수하는 스폰지 역할을 하고 있다"며 "시장관심을 돌릴 만한 대안이 없는 한 제일모직으로의 시중자금 쏠림현상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SDS으로 인한 학습효과로 인해 제일모직으로의 유동성 쏠림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고평가 논란이 있었던 삼성SDS의 주가는 MSCI지수편입 등 호재로 한 때 40만원을 웃돌 정도로 급등했지만 이내 30만원 아래로 떨어졌다"며 "주가는 결국 펀더멘털에 수렴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제일모직으로의 쏠림현상 역시 곧 끝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서 팀장은 " 특히 상장 첫 날 시초가 기준으로 삼성SDS의 시가총액이 29조원에 달했던 것과 달리 제일모직의 시총은 14조원 수준에 불과했다"며 "코스피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태동 LI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지난달 삼성SDS나 이날 제일모직 등에서 나타나는 쏠림현상은 살 만한 게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고육지책"이라면서도 "이번 주를 고비로 코스피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이미 미국 통화정책 기조가 확인된 데다 곧 그리스 선거 등 글로벌 자본시장 불안을 키웠던 요인들이 일단락될 것"이라며 "이같은 변수가 일단 노출된 후에는 낙폭과대 대형주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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