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윤회 사태' 책임은 청와대에 있다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2014.12.18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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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의 비선실세로 알려진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검찰 수사는 정씨의 국정개입 의혹의 단초가 된 문건은 허위로 결론내고 문건 유출에 가담한 경찰관 3명을 처벌하는 쪽으로 수렴되고 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말한 것과 거의 일치하는 내용이다. 박 대통령은 정씨의 국정개입 의혹이 제기되자 '국정개입 의혹은 허위이며 문건유출은 국기문란 행위'라고 규정한 바 있다.



차이가 있다면 검찰은 '문건'이 허위로 보인다고 했고 박 대통령은 '국정개입'이 허위라고 한 점이다. 사실상 이번 수사를 보는 국민의 궁금증이 문건의 진위보다는 국정개입의 진위에 쏠려있었던 점을 고려한다면 검찰의 수사는 부실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청와대에 면죄부만 안겨주는 수사를 한 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 부실수사의 근본적인 책임은 청와대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는 정권의 의사결정 과정을 둘러싼 문제제기를 법적인 문제로 만들어 검찰에 맡겼다. 청와대가 정치적인 문제를 검찰을 이용해 해결하려 한 것이다. 또 수사 초기 대통령이 직접 나서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기까지 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이번 사건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들이 들린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검찰이 어떤 결과를 내놔도 국민들은 믿지 않을 것"이라며 "정치적인 사건의 결과는 대부분 검찰이 욕먹는 것으로 끝이 난다"고 말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도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사건처럼 정치적인 사건이 검찰에 넘어오면 수사력은 배가 들고 결론에 대해서는 항상 뒷말이 나온다"며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법으로 해결하려 하니 문제"라고 꼬집었다.

청와대 인적 쇄신과 인사시스템 개혁 등 이번 사태의 근본적 해결방안에 대한 논의는 검찰 수사 뒤편으로 사라졌다. 검찰 수사가 모든 이슈를 삼키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적인 문제를 검찰에 맡겼을 때 나타나는 폐해다. 문건이 유출되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한 청와대의 책임에 대한 성토도 상대적으로 적다.


청와대의 이런 대응은 결과적으로 국민 불신만 키운다.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지지도는 이미 30%대로 떨어졌다. 청와대가 분명히 살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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