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회 위해 수술장갑 대신 고무장갑 낀 의사들…왜?

머니투데이 이지현 기자 2014.12.1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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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 여파로 소모성 행사 자제하고 의미있는 행사로 전환하는 병원 늘어

부평힘찬병원 의료진이 송년회 대신 김장을 담그고 있다./사진=부평힘찬병원부평힘찬병원 의료진이 송년회 대신 김장을 담그고 있다./사진=부평힘찬병원


#지난 5일 인천 부평의 힘찬병원 강당. 진료를 마친 병원 소속 의사들이 수술 장갑 대신 고무장갑을 끼고 모였다. 송년회 대신 소외계층에게 나눠 줄 김장을 직접 담그기 위해서다. 이날 병원 의료진과 직원들은 장보기부터 재료 손질, 김치 속 만들기, 김치 포장에 이르기까지 모든 김장 절차를 도맡아 했다. 이렇게 직접 담근 500 포기(1200㎏)의 김치는 지난 8일 인근 주민자치센터에 전달됐다.

힘찬병원 관계자는 "회식 같은 소모적 행사로 송년회를 하기보다는 의미 있는 행사를 하자는 취지로 4년째 김장 송년회를 열고 있다"며 "강북병원은 연탄을, 목동병원은 내복을 기부하는 등 의미 있는 행사가 병원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요즘 병원마다 이색 송년회를 하는 곳들이 늘고 있다. 단순히 술 마시고, 식사 하는 송년회에서 벗어나 이웃과 나눔 활동을 하거나, 학술대회를 여는 등 생산적 활동으로 송년회 풍경이 바뀌고 있다. 특히 개원가를 중심으로 이 같은 변화가 활발하다.

서울 강남구 예송이비인후과는 지난 12일 병원 본관에서 송년회를 대신해 한중일 학술 세미나를 열었다. 김형태 원장과 중국 남경동인병원의 유젠쿤 원장, 일본 신주쿠보이스클리닉의 도카시키 료지 원장 등이 모여 자신들의 치료 경험을 공유했다. 의사 뿐 아니라 언어치료사와 간호사들까지 나서 3개국의 환자 치료 노하우가 진지하게 쏟아졌다.



김 원장은 "뜻 깊은 송년회를 위해 올해도 학술 세미나를 개최했다"며 "흥청망청 송년회가 아니라 연말을 맞아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연구하는 가치 있는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매년 송년 모임 행사를 진행했던 비만 치료 전문 '365mc 비만클리닉'은 올해는 기부 행사로 송년회를 바꿨다. 송년회 회식비에 의료진과 직원들의 기부금을 보태 한국심장재단에 1억원을 전달한 것이다.

김남철 365mc 대표원장협의회 대표원장은 "송년회 대신 나눔 활동을 하자는 취지에서 기부금을 전달했다"며 "동참한 임직원들의 마음까지 전해져 희귀난치병 환아와 가족들에게 작은 위안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 신림동에 위치한 양지병원도 오는 19일 송년회 대신 환자들과 함께 하는 사랑의 밤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환자와 병원직원 장기자랑, 초청공연 등을 통해 유대관계를 높인다는 취지다.

예송이비인후과에서 개최한 송년맞이 한중일 학술세미나 후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예송이비인후과예송이비인후과에서 개최한 송년맞이 한중일 학술세미나 후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예송이비인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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