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버터칩 초유의 공급난, 해결책 없나 분석해봤더니…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2014.12.04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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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 증설은 "리스크 매우 커"… '흰국물 라면' 학습효과, '미투제품' 진입도 어려워

허니버터칩 초유의 공급난, 해결책 없나 분석해봤더니…


해태제과 허니버터칩이 초유의 공급난을 겪으면서 과연 생산량을 얼마나 늘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생산을 책임진 원주 문막공장을 하루 3교대 24시간 풀가동하고 있지만 물량 부족으로 전국 곳곳에서 원성이 터져 나오고 있어서다. 일부에서는 해태제과가 생산 라인을 늘려 제품을 충분히 공급하면 되지 않느냐고 주장한다. 하지만 허니버터칩 생산량 증대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이 해태제과 입장이다.

◇증설 시 2년간 수백억 쏟아 부어야
4일 해태제과에 따르면 원주 문막공장에서 현재 허니버터칩은 한달 60억원어치를 생산하고 있다. 소비자 가격으로 따지면 80억원 규모다. 개당 평균 1500원이므로 한 달 최대 667만 봉지를 생산하는 셈이다.



해태제과는 이 물량을 전국 대형마트(400여개)와 편의점(2만5000여개), 골목슈퍼(3만여개), 기타 소매점(2만여개) 등 7만5000여곳을 상대로 납품하고 있다. 업소 당 평균 88개꼴이다.

대형마트에는 상대적으로 많은 물량이 깔린다고 해도 워낙 고객들이 많이 몰려 일찌감치 매진되고 있다. 편의점도 본사가 점포마다 배당을 해주다보니 적은 양이 공급될 수밖에 없다. 동네 슈퍼나 골목가게는 물량 배정이 더 적어 며칠에 한 번씩 제품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문막공장을 증설하거나 다른 공장에서 생산하면 되지 않느냐고 주장한다. 해태제과는 이에 대해 "천안과 광주, 대구 등에도 공장은 있지만 다른 공장에는 허니버터칩 생산시설 자체가 없고, 문막공장의 생산라인 확장도 말처럼 쉽지 않다"고 밝혔다.

해태제과는 "공급난을 해소하려면 현재보다 2배 이상 라인을 늘려야 한다"며 "하지만 라인 확장이나 공장 증설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맛동산' 라인을 허니버터칩 시설로 교체한다고 해도 한 달 이상 걸린다.

라인 증설은 더 힘들다. 독일 등 해외에서 기계를 사와야 하는 등 수 백 억원을 투입해야 한다. 이렇게 증설하기까지 최소 2년이 걸린다. 라인을 증설한 2년후 허니버터칩 인기가 시들해진다면 엄청난 투자가 물거품이 되고 만다.


◇경쟁업체 미투 제품 출시 가능성도 희박
허니버터칩을 흉내 낸 '미투 제품' 출시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국내 업체 중 감자칩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라인을 갖춘 곳은 농심과 오리온 2개사뿐이다. 국내 최대 제과업체인 롯데제과는 감자칩 생산라인을 갖추지 않고 있다. 세계적인 감자칩 '레이즈'(Lay's)를 수입 판매한다.

농심은 안양과 아산, 구미, 부산 등에 스낵제조 라인이 있지만 감자칩은 아산공장에서 주로 만든다. 오리온은 청주공장에서 감자칩을 주력 생산한다.

만약 이들 기업이 허니버터칩과 유사한 제품을 만들려고 하면 '제조'는 어렵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라인만 있으면 기존 감자칩에 꿀과 고메버터를 배합한 '시즈닝'(양념)만 바르면 된다"며 "의지만 있다면 당장 '미투 허니버터칩'을 시장에 내놓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행까지는 쉬운 일은 아니다. 각종 리스크를 극복해야 한다. 지금까지 주력으로 삼았던 제품을 상당 부분 포기해야 하고, 기업 이미지에도 큰 부담을 안고 가야 한다. 결단을 내려 생산에 돌입한다 해도 제품이 미투 제품은 정작 팔리지 않는다면 잃는 것이 더 많을 수 있다. 수년 전 하얀국물 라면이 주는 교훈도 같은 맥락이다.

농심과 오리온은 "허니버터칩 '미투제품'을 출시할 계획은 현재로서는 없다"며 "기존 상품에 달콤한 맛을 추가하는 것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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