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면칼럼]하영구 신창재 이순우의 '쌩얼'

머니투데이 박종면 더벨대표 2014.12.01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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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의 반대로 스타일은 조금 구겼지만 금융당국의 공언대로 하영구 전 씨티은행장이 신임 은행연합회장에 선임됐다.

하영구 회장만큼 대외관계가 매끄러운 사람은 없다. 특히 금융관료들과의 관계가 그렇다. 비주류의 외국계 은행 출신인 그가 은행권을 대표하는 협회장에 선임된 것은 이런 네트워크 덕분이다. 정치권 실세의 지원 보다 모피아가 하영구회장을 선택했다.

하영구 회장은 한국 금융사에서 최고의 소득자다. 씨티은행에서 14년간 은행장으로 재직했고, 매년 20억~30억원의 연봉을 받았다. 퇴직금이 200억원을 넘을 것이라는 소문도 있다. 그의 취미중 하나가 미술품 컬렉션이다. 은행연합회장 연봉도 금융협회장 가운데 단연 최고로 7억원을 넘는다.



이런 그가 은행연합회장직을 무보수로 봉사하겠다고 선언하면 어떨까. 아니면 최소한 주변에 ‘배 고픈 관료들’과 ‘배 아픈 금융인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만은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은행 인수를 추진하겠다던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말은 허언이 되고 말았다. 교보생명은 우리은행 입찰을 앞두고 ‘참여’와 ‘유보’ 사이에서 오락가락 하더니만 컨소시엄 구성 등의 문제로 입찰 당일 결국 불참을 선언하고 말았다.



이미 신창재 회장은 대형 M&A 과정에서 여러 차례 중도 포기한 ‘전과’가 있다. 교보와 협상을 해봤던 이들은 변덕이 죽 끓듯 한다고 말한다.

신창재 회장이 이번에 우리은행 인수전 참여를 포기한 것은 ‘교보은행’에 대한 금융당국의 부정적 입장을 의식한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신 회장은 미리 정부당국과 좀 더 진지하고 솔직하게 소통했어야 했다. ‘신창재은행’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는 게 마땅했다. 교보는 그런 노력들을 하지 않았다. 우리은행 같은 한국의 대표은행을 돈만 주면 그저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면 신 회장은 순진하거나 아니면 무지한 사람이다.


이번 우리은행 인수전만 놓고 봐도 신 회장은 대형 은행을 경영할 식견이나 외부와의 소통 등에서 많이 부족하다는 게 드러났다. 보험업계 동업자들의 지적처럼 그가 교보생명 경영에 더 전념해 주길 바란다.

#교보생명 불참으로 네 번째 시도한 우리은행 경영권 매각이 무산되자 책임론이 일고 있다. 그 불똥이 민영화를 기획하고 주도한 금융위원회나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아니라 이순우 우리은행장에게로 튀고 있다.

인사권을 쥐고 있는 정부당국은 우리은행 민영화 성공여부가 행장 선임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민영화가 실패하면 그에 대한 책임은 이순우 행장이 져야한다는 소리다. 그와 동시에 대통령과 같은 대학을 나온 이른바 ‘서금회’ 출신의 한 부행장이 유력 후보로 갑자기 부상했다.

이순우 행장은 재임기간 중 특히 자산건전성을 높였다. 부실 단골은행이었던 예전과 달리 우리은행은 KT ENS, 모뉴엘 사고 등에서 모두 빠졌다. 덕분에 올해 1조원이 훨씬 넘는 순익을 낸다. 직원들의 은행장에 대한 신뢰도 어느 때 보다 높다.

우리은행이 제 값 받고 민영화를 마무리 하려면 건전성과 수익성 위주의 경영이 지금처럼 계속돼야 한다. 그런데도 우량한 경영성과를 낸 검증된 경영자는 지금 은행을 떠나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우리은행은 기로에 서 있다.

*사족(蛇足)=하영구 신창재 이순우는 2014년 한국 금융산업의 ‘쌩얼’이다. 여기에 한국금융이 3류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한국에는 앞으로도 ‘금융의 삼성전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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