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십상시 문건'파문…'국정개입' 의혹 밝혀질까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조성훈 기자 2014.11.29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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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월요일쯤 사건 배당"…정치권, 문건 파문 촉각, 새정치 "청와대 비선조직 실체 드러나"

세계일보는 28일 '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측근(정윤회) 동향' 문건을 입수해 정씨가 지난해 10월부터 청와대 핵심 비서관 등과 정기적으로 만나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교체설' 등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사진=세계일보 제공세계일보는 28일 '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측근(정윤회) 동향' 문건을 입수해 정씨가 지난해 10월부터 청와대 핵심 비서관 등과 정기적으로 만나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교체설' 등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사진=세계일보 제공


박근혜 정부의 숨은 실세로 알려진 정윤회씨(59)가 '청와대 문고리 권력 3인방'과 정기적으로 만나 국정에 개입했다는 언론보도의 후폭풍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청와대는 해당 보도를 전면부인하며 보도를 한 언론사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청와대는 또 문건이 유출된 경로에 대한 수사도 검찰에 의뢰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으로 규정하고 국회 운영위 긴급소집을 요구하며 총공세에 나섰다.

앞서 세계일보가 28일 입수해 보도한 '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측근(정윤회) 동향'이란 제목의 문건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해 10월부터 '문고리 권력 3인방'으로 불리는 청와대 이재만 총무비서관과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등 10명과 월 2차례 가량 서울 강남 모식당에서 정기적으로 만나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교체설' 등을 퍼뜨리도록 유도했다.



해당 문건은 경찰에서 파견됐었던 A 전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이 지난 1월6일 작성한 것이다.

문건에는 "정씨가 '김기춘 실장은 최병렬이 VIP(박 대통령)께 추천해 비서실장이 됐는데 '검찰 다잡기'만 끝나면 그만두게 할 예정이다. 시점은 2014년 초·중순으로 잡고 있으며 7인회 원로인 김용환도 최근 김 실장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며, 증권가 정보지 등을 통해 이런 사실의 유포를 지시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문건은 정씨가 만난 청와대 내외부 인사 10명을 중국 후한말 영제때 권력을 휘두르던 환관세력에 빗댄 '십상시'로 표현하고 있다.



문건 내용이 사실이라면 비선인사가 막후에서 국정을 좌지우지했다는 얘기로 '게이트급' 스캔들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 비서진들이 내부 정보를 민간인에게 유출했다는 점만으로도 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법 등 실정법 위반 소지가 다분한데다 청와대 내부의 권력다툼의 일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후반기 국정운영에서 치명타를 입힐 수 있기때문이다.

메가톤급 파장을 의식한 청와대는 해당 보도에 대해 즉각 '사실이 아니다'라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청와대측은 "세계일보에 난 청와대 관련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니고, 근거 없는 풍설을 모은 이른바 '찌라시(정보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또 김기춘 비서실장이 내용을 보고받았지만 객관적 사실로 확인된 내용이 아니어서 대응하지않았다고 밝혔다.

이재만·정호성·안봉근 청와대 비서관 등 8명은 이날 오후 '출판물에 의한 명예 훼손' 혐의로 세계일보 사장과 편집국장, 해당 기사를 작성한 평기자 등 6명을 고소했다.


그러나 청와대 해명에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정식 감찰보고서가 아닌 동향보고서라고 주장하지만, 그동안 이같은 사실자체를 부인해왔던데다 청와대가 정씨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는 점만으로도 정씨의 비선권력 의혹을 뒷받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정기관 베테랑인 경찰과 검찰출신 청와대 참모가 단순히 시중에 떠도는 헛소문을 제대로된 검증없이 대통령비서실장에게 보고했다는 설명도 납득하기 어렵다.

게다가 문건을 작성한 전 A 행정관은 청와대 파견 1년도 채 못된 지난 3월 경찰로 원대복귀한데다 통상 청와대 근무뒤 배정받는 요직이 아닌 일선 경찰서 정보과장으로 발령나 사실상 좌천됐다. 상급자인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관 비서관도 지난 4월 사직했는데 이번 사건과 무관치않다는 지적이 많다.

일단 검찰은 해당 문건의 작성 배경과 진위 여부, 명예훼손에 해당되는지 여부 등에 대해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우선 피고소인이 된 세계일보에 대해 조사를 해야 한다. 의혹을 보도한 기자에게 문서의 출처 등을 확인하는 방법이 가장 빠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론사의 특성상 취재원을 공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검찰은 해당 문건 작성자인 A 전 행정관을 수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건 작성자를 통해 문건의 내용이 진실인지, 아니면 단순 찌라시인지 여부를 확인해 보도의 진위 등을 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마저 성과를 얻지 못할 경우 검찰은 청와대 내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검찰이 청와대를 직접 수사하는 상황은 서로 만들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더 실린다. 청와대와 검찰 모두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고소장을 제출한 만큼 내부적으로 감찰은 끝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청와대는 문건 작성자인 A 전 행정관을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검찰은 주말동안 논의를 거쳐 해당 사건을 어느 부서에서 수사할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주말동안 검토해 월요일쯤 사건 배당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권도 이번 정윤회 문건 파문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번 문건 파문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도, 내심 곤혹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총공세 분위기다. 이른바 '만만회(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씨, 정윤회씨를 지칭하는 말)' 등 박 대통령의 비선라인 의혹을 줄기차게 제기해왔던 새정치연합은 이번 문건 파문으로 청와대 비선조직의 실체가 드러났다는 주장이다. 새정치연합은 국회 운영위원회 소집을 요구하며 당 내에 진상조사단도 꾸렸다.

박수현 새정치연합 대변인은 "비선 세력 실체가 드러난 만큼 국회 진상조사가 불가피해졌다"며 "국회 운영위원회를 소집해 문건의 진위 여부를 파악하고 당 차원의 기초조사를 마친 뒤 국정조사 요구 시기를 조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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