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너무 앞서가네요"

머니투데이 세종=우경희 기자 2014.11.28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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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가도 너무 앞서가네요."

최경환 부총리를 필두로 기획재정부가 밝힌 '노동시장 구조개혁' 방안에 대해 얘기를 나누던 중 고용노동부 관계자가 한 말이다.
그는 "고용부에서 만든 안을 달라는 요청이 기재부로부터 수차례 들어왔지만 아직 완성된 안이 없어 전달할 내용도 없다"며 "기재부가 마치 정부 안이 거의 확정된 것처럼 발표하고 있어 난처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목표는 양극화 해소다. 양극화 해소 작업은 한 쪽을 끌어올리는 대신 한 쪽이 내려가는 대칭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 소득이 문제면 양쪽에 고소득층-저소득층이 대입되고, 일자리가 문제면 비정규직-정규직이 대입되는 차이일 뿐이다.



고용부의 고민은 이 문제의 폭발력에 있다.
정규직 보호 축소는 섣불리 건드렸다간 국론이 심각하게 분열될 수 있는 사안이다. 국회가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시점에서 어설픈 정책을 내놓는 것은 폭탄을 키우는 꼴이다. 가뜩이나 노동계 대표 한국노총이 노사정위에 오래 불참하면서 노동계와의 논의도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

그런데 기재부가 먼저 대책의 얼개를 공개하면서 도화선에 불이 붙었다.
"정규직 해고를 쉽게 하는 내용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내년 상반기 경제운용방향에 포함시키겠다"는 것이다. 고용부는 기재부 발 보도 직후 "관련 내용을 기재부와 협의한 바가 전혀 없다"는 높은 수위의 해명자료를 냈다. 직접 항의하진 않았지만 불쾌한 내색이 역력하다.



정부의 밑그림을 엿본 여론은 이미 팥죽 끓듯 끓고 있다.
정부가 내년 상반기 의제로 설정하려 했던 노동 문제가 연말 국정을 뒤덮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정책을 만들고, 국회에 세일즈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2인3각' 협력을 해도 모자랄 기재부와 고용부는 오히려 여전한 부처간 칸막이만 들켜버렸다.
제대로 정책을 설명하기도 전에 부정적 여론만 확산되고 있다. 설익은 대책을 섣불리 공개한 대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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