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가구 63% "생활비도 부족"… 대한민국 60대 노부부

머니투데이 세종=김민우 기자 2014.11.24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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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은퇴연령 61세, 은퇴 전 가구주 53% "노후 준비 잘 안된다"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서울의 모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A씨(62)는 일주일에 평균 60시간정도 일을 한다. 여름에는 덥고 좁은 공간에서 에어컨도 없이 생활하며 겨울에는 추위와의 싸움에서 견뎌내야 하지만 A씨가 한 달에 손에 쥐는 돈은 100만원 남짓. 법정근로시간인 40시간을 훨씬 넘게 일하고도 최저 임금조차도 손에 쥐지 못한다.

한국 노년층의 한 단면이다. 국내 노령인구는 빠른 속도로 늘고 있지만 은퇴자의 63%는 '생활비가 부족하다'고 호소하는 등 노후에 대한 대비는 거의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구주가 은퇴하기 전인 가구 중에 스스로 '노후준비를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가구는 9%에 불과했다.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노후를 맞은 이들은 빠른 속도로 비정규직 일자리로 흘러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통계청·금융감독원·한국은행의 '2014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은퇴한 가구 중 63.1%는 '생활비를 충당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응답자 중 6.7%만 생활비에 '여유있다'고 답했으며 20.9%는 '매우 부족하다'고 답해 생활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하지 않은 가구를 대상으로 노후를 위한 준비 상황에 대해 조사한 결과 대다수가 잘 준비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응답자의 53.4%는 자신과 배우자의 노후를 위한 준비가 '잘 되지 않고 있다'(35.6%)고 답하거나 '전혀 준비가 되지 않고 있다'(17.8%)고 답했다. 응답자의 9.2%만이 노후 준비를 '잘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은퇴 전 가구주들이 생각하는 예상 은퇴연령은 66.2세, 월평균 최소생활비는 168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은퇴 후 적정생활비는 246만원이라고 응답했다. 그러나 실상은 이들의 기대치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가구주의 실제 은퇴연령은 평균 61.3세였으며 60세 이상 가구주의 연평균 소득은 1560만원(중앙값)으로 조사됐다. 이를 단순히 12개월로 나눠보면 가구주가 60세 이상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30만원에 불과하다.

노후 준비가 철저히 되지 않은 노년층은 비정규직 일자리로 흘러들어 국내 비정규직 근로자 가운데 가장 빠른속도로 그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의 '2014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으로 국내 비정규직 근로자 607만7000명 가운데 60세 이상은 118만5000명(19.5%)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06만7000보다 11만8000명(11.1%) 늘어난 수치로 전체 연령대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수치다.

2005년 전체 비정규직 근로자 가운데 60세 이상이 차지하던 비중은 9.9%로 10대 다음으로 가장 낮았다. 그러나 2010년 15.6%, 2014년 19.5%로 10년 새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올해 60세 이상이 비정규직 근로자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은 40대(21.3%)와 50대(21.1%)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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