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건설, 이마트 외면에 자금조달 포기

머니투데이 유다정 기자, 박준식 기자 2014.11.28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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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화 골프장 짓다 부채비율 1857%…이마트는 지원 외면

신세계건설, 이마트 외면에 자금조달 포기


신세계건설 (10,850원 ▲70 +0.65%)이 대주주인 이마트 (63,000원 ▼700 -1.10%)의 지원을 받지 못해 1000억원대 자본 확충에 실패했다. 이마트는 부채비율이 1800%에 달하는 신세계건설을 지원할 경우 배임 이슈가 불거질 수도 있다는 내외부 지적을 고려해 발을 뺀 것으로 전해진다.

신세계건설은 지난달 공시를 통해 전환사채(CB) 또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10일 이를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번복했다. 신세계건설이 발행하려 했던 상품은 일반적인 CB·BW가 아니라 발행사가 임의로 만기를 늘릴 수 있어 자본으로 인정받는 영구CB·BW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만기를 늘린 신종자본증권은 발행사가 일정 시점에 자금을 상환한다는 믿음이 전제가 돼야 판매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신종자본증권은 신용도가 높은 대기업이나 공기업이 주로 발행한다. 부채비율이 높은 신세계건설 같은 기업은 재정이 탄탄한 모기업의 지원을 받아야 발행을 시도할 수 있다.

모기업의 지원을 받는 자회사들은 주로 CB나 BW 같은 영구 하이브리드 채권을 노린다. 영구 하이브리드 채권은 자금을 상환하지 않고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어서다. 이때 모기업은 대개 투자자들에게 주식전환시 주가가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차액을 보전해주겠다는 조건을 확약한다. 다만 모기업이 자회사의 리스크를 상당 부분 떠안게 되는 문제는 있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신세계건설의) 자본확충 계획이 실행 전에 외부로 알려지면서 대주주이자 상장사인 이마트가 상당한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며 "부채비율이 2000%에 가까운 건설사를 지원하는 것은 배임 이슈로도 이어질 수 있어 끝내 지원 계획을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자본총계가 325억원에 불과한 신세계건설은 지난 3분기 기준 부채가 6035억원이다. 건설사라는 점을 감안해도 부채비율이 1857%로 지나치게 높다. 신세계건설은 주택분양 사업 비중이 크지 않지만 그룹의 무리한 프로젝트를 떠안아 부채비율이 올라갔다. 2년전부터 그룹의 역량이 총동원된 회원제 골프장 트리니티클럽을 짓기 위해 2500억원 규모의 차입금을 끌어들인게 문제였다. 신세계건설의 차입을 포함해 신세계그룹이 트리니티를 짓는데 들인 돈은 약 40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일반적인 골프장 건설 비용이 500억~1000억원 정도라는 걸 감안하면 투자규모가 상당하다.

트리니티는 지난해 개장했지만 수익이 신통치 않았고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까지 겹쳐 지난해 신세계건설은 131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이 결과 2012년말 263%이던 부채비율은 1년 만에 1800%를 넘어섰다.


시장에선 신세계건설 지분을 32.41% 가진 이마트가 신세계건설을 지원할 것으로 예상했다. 마침 신세계건설은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발행예정 주식수를 1000만주에서 1억주로 늘렸고 보통주와 우선주로 제한됐던 발행주식 종류도 상환주식과 전환주식 등으로 다양화했다. 이는 유상증자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읽혔다.

하지만 신세계건설은 증자가 아닌 신종자본증권을 택했고 시장에선 그룹 차원의 지원이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게다가 이마저도 수포로 돌아가자 대주주가 신세계건설을 외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터져 나온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이 최근 복합쇼핑몰 개발에 나서면서 신세계건설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지만 이번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그룹 내에서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지 못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또 "신세계건설은 그룹의 지원 약속 없이 자본 조달을 위한 투자자를 모집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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