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위권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A씨. 학점·영어성적 모두 높아 서류전형은 무난히 통과하지만 항상 대기업 인·적성검사에서 고배를 마셨다. 사설 업체에서 인·적성검사를 따로 해본 결과는 놀라웠다. A씨의 자기결정력 항목 점수가 매우 낮게 나왔던 것. 항상 A씨를 통제했던 부모는 검사결과를 앞에 두고도 '초봉 4000만 원이 안 되는 기업은 안 된다'고 못을 박았다.
특히 현재 취업시장에 나온 구직자 들은 탄탄한 정보력을 갖추고 교육에 관여한 '알파맘'들이 양육한 세대다. 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 태어난 이들은 초중고에 이어 대학교 진학은 물론 수강신청까지 어머니의 정보력에 의존해서 자란 이들이 많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20-30대 청년들의 취업 관련 인식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기업을 취직하겠다는 취업준비자는 10명 중 2명(23.6%)에 불과했다. 4명 중 1명인 26.3%는 부모가 중소기업 취직을 반대하는 것이 그 이유라고 밝혔다. 취업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 적은 응답자일수록 부모가 중소기업 취업을 반대한다는 응답률(44.1%)이 높았다.
취업준비생 강 모 씨는 "고향의 강소기업에 지원하려고 하는데 '부모님이 서울에서 대학 나와서 왜 거길 들어가려고 하느냐'며 만류하신다"며 "부모님께서 주위의 시선을 신경 쓰시는 것 같아 합격한 뒤에도 고민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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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에선 취업문제가 세대 간 갈등으로 번지기도 한다. 고성장 시대에 사회로 뛰어든 부모 세대가 자녀 세대의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하고 '개인의 무능력'으로 돌리는 경우다.
한 취업준비생은 "경쟁률이 수백 대 일에 이르는 중견기업에 지원하는데도 '한심하다'는 시선을 받고 있다"며 "취직이 어려운 것을 '우리 세대가 나약해서 그렇다'는 식으로 말씀하시는 것을 들으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가야 할 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