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하락이 경제·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

머니투데이 박성현 한화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2014.11.2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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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디렉터]박성현 한화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유가하락이 경제·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


WTI(서부텍사스유) 기준으로 유가가 베럴당 75달러선이 붕괴됐다. 글로벌 수요 부족과 달러 강세 움직임 등 영향을 받은 탓이다. 자가 운전자 입장에서는 휘발유 가격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일 것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경제와 금융시장에 다양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데, 여기에서 간단히 정리해 보고자 한다.

서두에 자가 운전자 이야기를 했지만, 유가 하락은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향상시켜 내수 진작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전체 가계소비지출에서 가정연료와 교통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17.2%로 가장 높다. 여기에서 절감되는 금액을 음식료나 교육, 의류 등의 소비로 돌릴 수 있을 것이다. 기업 또한 비용 부담이 줄어들게 되면서 이익률이 증가할 수 있다.



하지만 유가의 하락 안정화가 과거 1980년대와 같은 경제 호황기를 재현시킬 것이라는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다. 그때에 비해 정유, 플랜트 등 고유가의 수혜를 받는 업종의 비율이 늘어났고, 러시아 등 원자재가 강세를 보여야 잘 나가는 나라들과의 교역 비중도 확대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유가 하락이 인플레이션 기대감을 낮춰 소비와 투자를 오히려 위축시키는 우려가 상존한다.

흥미로운 것은, 통화당국의 추가 완화 정책 발휘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를 비롯한 글로벌 통화당국은 경기보다는 물가에 방점을 찍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저유가에 의해 저물가가 지속된다면, 정책금리 인하를 실시할 확률도 올라간다.



통화당국의 정책 발휘 가능성이 올라갈수록 채권과 증권업종에 대한 관심도 커질 것이다. 한국 채권은 통화 다변화를 원하는 글로벌 중앙은행과 국내 장기투자기관의 러브콜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는데, 금리 인하의 기대감이 맞물리면 여타 글로벌 채권에 비해 강세를 띨 수 있다. 저금리 지속과 국내 채권의 강세가 가장 반가울 업종은 증권주다.

최근 유가 하락의 수혜주로 항공주 등이 지목되며 주가가 상당 폭 올랐다. 유가 하락이 장기화된다면 수혜폭이 커질 수 있겠지만 지금 당장은 이미 주가가 기대감을 상당히 반영하고 있다고 본다.

반면에 정유 업종은 피해주로 지목되며 주가가 많이 하락했다. 유가가 여기서 더 빠진다면 추가 주가 하락이 나올 수 있으나, 70달러대 수준에서 하향 안정화된다면 실적이 서서히 회복될 수 있음도 염두에 두자. 정액 배당을 하는 일부 정유주의 경우에는 최근 주가 하락으로 배당수익률이 상당히 상승했으니 배당 투자의 관점에서 조심스럽게 접근해 보는 것도 필요하겠다.


휘발유와 등유 가격이 하락했다고 즐거워하고 마는 것은 조금 아쉽다. 유가의 하락은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이렇게 다양한 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 이 같은 포인트에 잘 착안해 투자와 연결시켜보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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