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00원 책이 980원에? '베셀 순위' 바뀌며 아수라장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양승희 기자 2014.11.20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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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 도서정가제' 90% 온라인서점 대규모 폭탄세일로 '서버다운'…책 안사던 사람까지 샀다

21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도서정가제'는 기존 신간 도서 위주로 적용됐던 범위를 모든 도서로 확대하고 할인폭도 최대 15%로 제한하기로 했다./ 사진제공=News121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도서정가제'는 기존 신간 도서 위주로 적용됐던 범위를 모든 도서로 확대하고 할인폭도 최대 15%로 제한하기로 했다./ 사진제공=News1


칼 비테의 ‘칼 비테의 자녀교육 불변의 법칙’은 980원(정가 9800원),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7400원(정가 1만4800원).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을 하루 앞둔 20일, 대형 온라인 서점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을 방불케했다. 대형 서점들이 유례없는 폭탄 세일로 책을 무더기로 내놓자, 평소 책 구입에 망설이던 이들조차 한꺼번에 몰리면서 온라인 서버가 수차례 다운되는 등 혼란이 가중됐다.



최소 50%부터 최대 90%까지 할인율이 적용된 책들 때문에 베스트셀러 순위도 요동쳤다. 이날 인터넷 서점 알라딘 주간 베스트셀러 1위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현재 반값에 팔리고 있는 이 책은 10월 4째주 31위에서 한달 만인 20일 1위로 수직 상승했다.

할인율이 15%인 신간 ‘비밀의 정원’과 할인율 10%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한달 동안 주간베스트셀러 5위내에서 상위권을 지켰으나, 20일 폭탄세일의 여파로 각각 11위, 63위로 밀려났다.



알라딘에서 반값 할인이 가능한 구간 목록에는 ‘미생’(40%), ‘총,균,쇠’(50%), ‘상처받지 않을 권리’(60%), ‘처음 읽는 서양철학사’(50%) 등 인기품목들이 대거 나열돼 있다.

도서정가제를 하루 앞둔 20일 온라인 서점 YES24에 소비자들이 몰리면서 수차례 홈페이지가 다운됐다. /사진제공=YES24 홈페이지도서정가제를 하루 앞둔 20일 온라인 서점 YES24에 소비자들이 몰리면서 수차례 홈페이지가 다운됐다. /사진제공=YES24 홈페이지
인터넷 대표서점인 YES24와 알라딘은 주문 폭주로 서버 다운이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신간 및 18개월이 지난 구간의 할인율을 최대 15%로 제한하는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에는 지금처럼 대폭 할인된 가격에 책을 판매할 수 없기 때문이다.

YES24, 알라딘 등 온라인 대형 서점과 인터파크, G마켓 등 오픈마켓은 최대 90% 폭탄세일 등 공격적인 할인 마케팅을 통해 책 구매 열기에 부채질을 했고, 온라인 서적 매출도 덩달아 껑충 뛰어올랐다.


YES24의 최근 1주일(13일~19일)간 도서 판매 증감률을 살펴보면, 전월 같은 기간보다 13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파크의 최근 1주일 주문수량은 전월 대비 205% 늘어났으며 판매액 기준으로는 242%나 증가했다. 온라인 교보문고의 이번 달(1일~19일) 도서 매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30%가량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YES24, 알라딘, 인터파크, G마켓 등 온라인 서점들은 도서정가제 시행을 앞두고 대규모 폭탄 세일을 벌이면서 매출이 급증했다.  YES24, 알라딘, 인터파크, G마켓 등 온라인 서점들은 도서정가제 시행을 앞두고 대규모 폭탄 세일을 벌이면서 매출이 급증했다.
주로 판매되는 책은 유아·어린이용 서적(할인율 35~50%)과 세트도서(40~73%), 베스트셀러(10~70%) 등에 집중됐다. 윤미화 YES24 마케팅팀 대리는 “그동안 살까말까 고민했던 소비자들이 할인율 폭이 큰 마지막 세일 기간에 책을 사려고 몰려드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 YES24에서 많이 팔리고 있는 책 상위권에는 만화 ‘미생’ 전권 세트, ‘셜록홈즈’ 전집 세트 등 세트도서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100층 버스’ ‘로보카 폴리 놀이북’ 등 유아·어린이용 서적이 올라와 있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같은 유명작가의 책이나 ‘총,균,쇠’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등 베스트셀러도 판매 실적을 올리고 있다.

윤 대리는 “현재 책 구매자가 몰리는 것은 앞으로 당분간은 책을 사지 않겠다는 소비자들의 의지로 읽힌다”면서 “개정 도서정가제 이후에는 적어도 20~30% 가량 구매 감소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정지연 인터파크 과장도 “11월 들어 도서 매출이 전반적으로 크게 상승했다”며 “책을 잘 사지 않는 구매자들까지 집중됐기 때문에 시행 이후에는 판매량이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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