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김현정 디자이너
재택근무는 장소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일종의 '스마트워크'다. 스마트워크는 우리에게 매우 효율적이고 편리한 것 같지만 족쇄가 되기도 한다. 내 경우가 그렇다.
'워킹맘'이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돌도 지나지 않은 아기와 떨어져 일해야 하는 엄마들은 항상 가슴 한켠에 죄의식마저 갖게 된다. 그래서 아빠들이 너무나 당연하게 육아를 엄마에게 일임하고 일부러 야근까지 하고 귀가하는 걸 보면 은근히 부아가 치밀기도 한다.
나는 운 좋게 육아휴직 6개월쯤 됐을 때, 회사에서 처음 도입한 재택근무제도의 혜택을 받게 됐다. 회사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근무를 해줬으면 하는 눈치였고, 나는 아직 어린 아기가 눈에 밟혔는데, 재택근무로 두 가지 문제가 모두 해소될 수 있었다.
재택근무도 엄연히 근무시간 동안 일을 해야 하므로 베이비시터를 채용했다. 워킹맘에게 재택근무의 장점은 출퇴근 시간을 아낄 수 있고 아기를 어딘가 맡겨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어진다는 것뿐이다. 출퇴근 하는 사람들보다 일이 줄어드는 게 절대 아니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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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재택근무는 내게 개인적으로 족쇄가 돼버렸다. 베이비시터가 있지만 엄마가 집에 있는 걸 아는 아기는 엄마에게서 잠시도 떨어지지 않으려고 할 때가 있다. 특히 중요한 일을 시간 내 처리해야 할 때는 미칠 것 같다. 내가 이렇게까지 일을 해야 하나 싶을 정도다.
회사 업무가 끝나도 가사업무와 육아가 기다리고 있다. 잠시도 쉴 틈이 없다. 그래서 하루종일 일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결국 워킹맘에게 재택근무란 하루종일 업무의 연속인 셈이다.
특히 남편이 아무 생각 없이 툭 내뱉는 인삿말에 마음이 상할 때가 많다. 퇴근 시간쯤 남편이 전화로 "잘 쉬어" 라든가 "아기랑 잘 놀고 있어"라고 말하면 하루종일 일하고도 '노는 사람'이 돼버린다. 남편이 좋은 의미로 "잘 있어"라는 표현을 했다는 걸 알지만 단어 하나하나가 귀에 거슬릴 때가 있다. 내 아기라도 육아는 쉽지 않은데 말이다.
그러다가도 아기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풀어진다. 다른 사람들은 재택근무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데 이렇게 두 가지를 다 할 수 있는 것도 복이라고 생각돼 마음을 다잡는다. 어린 아기가 엄마와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서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이 내 눈에도 보이기 때문이다. 아가야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