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의 엔터만상]'미생'이 갖는 '완생'의 매력

머니투데이 김성호 기자 2014.10.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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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의 엔터만상]'미생'이 갖는 '완생'의 매력


"이왕 들어왔으니 어떻게든 버텨라. 버틴다는건 어떻게든 완생으로 나간다는 거니깐..".

요즘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미생'에서 오과장이 이제 막 인턴 딱지를 뗀 장그래에게 한 말이다. 가장 치열하다는 상사 영업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오과장이 장그래에게 한 이 말은 비록 드라마의 한 대사지만 요즘시대를 살아가는 셀러리맨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들리기에 따라 버틴다는 말이 무능함을 뜻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치열하게 살아남았다는 희망의 단어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 드라마를 본 사람들이라면 오과장이 장그래에게 한 이 말이 전자보단 후자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미생이 케이블TV에서 방영됨에도 불구하고 매회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고 있는 것도 비록 가상이지만 현실을 살아가는 모든 샐러리맨들에게 희망을 주는 메시지로 와닿기 때문이 아닐까.



미생은 바둑 용어다. 집이나 대마 등이 살아있지 않은 상태 또는 그 돌을 일컫는 말인데,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죽은 돌을 뜻하는 사석과는 다르다. 아직 완생할 여지를 남기고 있는 돌로 때에 따라선 판을 뒤집을 수 있는 한 수가 될 수도 있다. 그저 바둑 용어로 치부되던 미생은 만화가 윤태호의 손을 거치면서 바둑을 모르는 현대인에게도 익숙한 단어가 됐다.

미생과 완생. 아직 결말을 모르는 우리의 인생에서 갓 태어난 아기나 살아온 날이 살아갈 날보다 많은 사람들 모두 미생일 것이다. 누구도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해서 인생의 성공을 장담하지는 않는다. 가령, 최근 경제계를 떠들썩하게 한 모뉴엘 사태만 보더라도 단기간에 매출 1조원을 올리며 최고의 비즈니스맨으로 우뚝 선 박홍석 대표를 두고 사람들은 모두가 완생이라고 얘기했겠지만, 결말은 미생은 커녕 사석이 돼버렸다. 누구도 사람의 인생을 두고 미생과 완생을 장담지을 수 없는 단적인 사례다.



매해 지역 곳곳에서 열리는 취업박람회에는 미생에서 완생을 꿈꾸는 취업 준비생들로 가득찬다. 오직 이날만을 위해 20년 넘게 스팩쌓기에 매진해온 사람부터 이제는 나이가 차서 밥벌이도 해야겠다 싶어 나온 청춘까지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이들 모두 완생을 꿈꾼다는 점에서 매한가지일 것이다.

그동안 셀러리맨을 대상으로 한 많은 드라마들이 있었지만 미생이 화제가 되는 것은 비록 사회가 원하는 기준에 다소 못 미치더라도 누구나 사회의 완생이 될 수 있다는 꿈을 갖게 해주는 희망의 메시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비록 만화와 드라마는 가상의 한계를 갖고 있지만, 미생은 이제 막 사회에 나온 초년병들에게 바이블이 되기에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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