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황 "해철 형은 끊임없이 퍼주는 바보같은 뮤지션"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2014.10.30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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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18년간 '넥스트' 기타리스트 김세황…"음악이든 삶이든 순수한 빛깔 잃지 않아"

신해철이 이끄는 그룹 '넥스트'의 기타리스트 김세황. /사진=머니투데이<br>
신해철이 이끄는 그룹 '넥스트'의 기타리스트 김세황. /사진=머니투데이


“끊임없이 퍼주기만 한 바보같은 뮤지션이었어요.”

지난 1994년 신해철이 이끄는 그룹 넥스트에 참여해 2012년까지 무려 18년간 신해철과 동고동락해온 기타리스트 김세황(43)은 고 신해철을 ‘착한 바보’로 기억했다.

29일 오전까지 ‘마왕’의 빈소를 지키던 그는 머니투데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겉으로만 ‘악’한 척했지, 마음은 순수하고 여렸다”고 말했다.



김세황과 신해철의 만남은 대중과 평단의 절대적 찬사를 받은 넥스트 2집 ‘The Return of N.EX.T PART I:The Being’부터다. 신해철은 이 음반 수록곡의 데모를 만든 뒤 김세황을 청담공원으로 불러 수록곡 중 ‘껍질의 파괴’를 들려줬다.

“그때 형은 우유를, 전 콜라를 마시며 음악을 들었어요. 형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곡이라고 들려줬는데, 듣다가 콜라를 쏟을 뻔했어요. 우리나라 록 환경에서 이런 멋있는 음악이 나오리라곤 상상도 못했거든요. 그때 제가 ‘다운타운’이란 그룹에서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무조건 음반 녹음에 참여하겠다고 ‘OK’했어요.”



신해철은 김세황을 특히 좋아했다. 무대에서 안경 치켜세우고 정적으로 연주만 하는 기타리스트를 싫어했던 신해철은 종횡무진 뛰어다니며 에너지를 발산하는 김세황에게 매력을 느낀 것.

“(해철) 형은 늘 앞서갔어요. 음반 만들고 상업적으로 이익 계산하는 뮤지션과는 완전히 차원이 달랐죠. 일단 무조건 질 좋은 사운드를 만들기위해 있는 돈 없는 돈 다 퍼부어서 완성도를 추구했으니까요. 우리(멤버들)가 말려도 일단 만들고 봤어요. 정말 외국 밴드 못지않은 음반 만들려고 ‘올인’하는 스타일이었어요.”

신해철의 ‘퍼주는’ 마음은 특히 후배들에게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아있다. 김세황은 “경제적이든 정서적이든 멤버들의 결핍과 어려움을 말없이 지켜본 뒤 반드시 해결해주는 스타일”이라며 “따뜻한 인간미와 의리가 특히 돋보였다”고 했다.


주류 뮤지션으로서 많은 것을 누릴 수 있었는데도, 신해철은 힘없고 나약한 인디 뮤지션들의 위상을 높이고 알리는데 주력했다.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 ‘고스트네이션’을 통해 후배들을 대거 등장시켰고, 피터팬컴플렉스, 트랜스픽션 등 실력있는 후배들의 음반 제작 지원에도 적극 나섰다. 김세황은 “형이 본인의 초창기 시절을 자꾸 떠올려 외면하기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한때 형이 ‘마왕’의 이미지를 벗기위해 착해지려고 노력한 적도 있었는데, 우리에게 ‘포기’ 선언을 했어요. ‘착한 신해철’은 대중이 원하는 존재가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마왕 신해철’이 아무리 부정의 이미지라도, 그 본질이 순수하고 착하다는 거 우리는 알고 있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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