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강통 불발… 中, 홍콩 민주화 시위 의식했나?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송기용 특파원 2014.10.27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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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로 예정됐던 후강통 시행 지연… 한달째 지속되는 홍콩 시위 고려한 듯

후강통 불발… 中, 홍콩 민주화 시위 의식했나?


세계 2위 경제대국 중국의 자본시장 개방 전환점으로 여겨지는 후강퉁 제도 시행이 막판까지 혼선을 빚고 있다. 당초 개통일로 유력했던 27일에도 감감무소식인 가운데 홍콩 민주화 시위가 후강퉁 표류 배경으로 알려지면서 연내 시행 여부조차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 미뤄지는 후강퉁…10월 개통은 물 건너가 = 후강퉁은 중국 상하이(上海) 증시와 홍콩(香港) 증시 투자자들의 교차거래를 허용하는 제도를 말한다. 중국은 그동안 상장 주식을 내국인 전용인 A주와 외국인도 거래할 수 있는 B주로 나눠 외국인의 거래를 제한했다. 중국본토 주식시장에 투자하려는 외국인은 적격투자자(QFII) 자격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후강퉁이 개통되면 적격투자자자격이 없더라도 홍콩에서 상하이 A주에 상장된 주식을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사실상 중국 자본시장 문이 활짝 열리는 조치인데 리커창 총리가 지난 4월 보아오포럼 연차총회 개막연설에서 처음으로 후강퉁 시행을 언급하는 등 국가적 관심 속에 진행되고 있다.

후강퉁 작업을 진행해온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 홍콩 증권선물감독위원회는 '10월 국경절 연휴(10.1~7)가 지난 어느 월요일'이라고 개통 시기를 밝혔다. 이에 따라 13일 혹은 27일 시행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제기됐는데 모두 무산됐다.



이와 관련, 홍콩 증권거래소는 "교차거래 당사자들은 기술적으로 거래를 시작할 준비가 됐지만 아직 거래 개시와 관련된 (중국 당국) 승인을 받지 못했고, 구체적인 시행일자도 확정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리샤오쟈 홍콩증권거래소 최고경영자(CEO)가 "현재로서는 언제 시행될지 여부를 알 수 없다"고 말한 만큼 사실상 10월 개통은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 홍콩 시위가 지연 이유? 연내 개통 가능할까 = 후강퉁 시행 지연 배경을 놓고 여러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세제 개편 등 제도 정비가 마무리되지 않은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리 최고경영자는 전날 홍콩경제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후강퉁은 중국 개혁의 중대 항목 중 하나로 자본 이득세 문제 등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면서 "후강퉁이 시작되기 전까지 이런 문제들이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외국인은 주민세를 포함해, 매매 차익에 대해 총 22%를 중국에 세금으로 내고 있다. 중국 당국은 후강퉁으로 투자하는 외국인에 대해 배당소득은 10%를 과세하고 자본소득은 면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확정안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중국 관영통신사 중궈왕은 "하루에 수십 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이 거래될 후강퉁 시행 지연은 프로그램의 원활한 시작을 위한 준비가 보다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홍콩 민주화 시위도 후강퉁 지연 배경으로 거론된다. 후강퉁이 시행되면 상하이증시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장기적으로 홍콩의 금융허브 입지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이는 홍콩의 반중감정을 더욱 자극할 수 있는 만큼 시위 장기화가 후강통 시행을 지연시킨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천자창 홍콩 재정장관은 최근 "홍콩 시위사태가 후강퉁 시행 시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후강퉁 지연이 단순히 기술적 측면이라면 개통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양추이화 궈웬증권 부사장은 "후강통 개통과 관련한 기술적인 준비는 거의 다 끝났다"며 "거래 제도와 세칙이 마련되면 바로 시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아시아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ASIFMA)가 요청한 11월 말 혹은 12월 초를 후강퉁 시행시점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홍콩 민주화 시위가 지연 이유라면 후강퉁이 언제 개통될 수 있을지 불투명해 보인다. 홍콩 행정장관 선출 문제로 시작된 홍콩 시위가 한 달째를 맞았지만 단기간 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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