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의 철학과 원칙을 생각할 때

머니투데이 김창연 신영증권 고객자산운용부장 2014.10.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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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디렉터]김창연 신영증권 고객자산운용부장

통화정책의 철학과 원칙을 생각할 때


유럽중앙은행(ECB)은 커버드본드 매입을 시작으로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를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대해서도 금리인상 시기를 늦추고 심지어 추가적인 양적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확대되고 있다. 또한 한국은행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금리인하는 물론이고 양적완화를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양적완화라는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디플레이션은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시장에서 힘을 얻고 있는 듯하다.



폴 크루그먼(Paul Krugman)은 세 가지 이유를 들어 왜 디플레이션이 나쁜가에 대해서 설명한 바 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사람들은 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 소비를 줄이고 돈을 빌리는 것을 주저하게 되며, 채무자는 부담이 증가하여 채무자의 소비를 위축시키고, 명목임금은 다른 물가와 달리 경직되어서 동반 하락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오늘날 세계경제가 처한 상황을 감안하여 디플레이션 부작용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주요 선진국들은 과도한 가계부채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가계재정이 적자이거나 과도한 부채를 안고 있으면 당연히 소비를 조정해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 초고령화 시대를 앞두고 노후대책이 매우 부실한 상황인 경우엔 더더욱 그렇다. 각국은 소비가 침체되면서 내수부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 처해있으며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임금이 올라야 된다는 주장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한편, 화폐의 기능과 역할로는 가치의 척도로써의 기능, 거래의 매개수단, 가치를 저장하는 수단 등이 가장 대표적이다. 만약 현재의 신용화폐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세계의 GDP는 어떻게 될까.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이 연출 될 수도 있다. 현재 예상되는 디플레이션의 위험은 확실하지 않다. 따라서 디플레이션의 위험을 해결하기 위해서 행해지는 지금의 각종 통화정책들은 보는 시각에 따라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와 남유럽 재정위기, 미국의 양적완화는 금(Gold)에 대한 수요를 확대했다. 금이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며 달러, 또는 기존 신용통화의 대안으로 급부상하게 되었다. 금융투자에서 안전자산은 원금손실의 가능성을 내포한다고 할 때, 금이 과연 안전자산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얼마든지 손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금에서 그치지 않고 비트코인이라는 대안통화가 한때 주목 받기도 하였다. 이는 화폐를 기반으로 하는 경제 시스템에 대한 경고일 수 있다.

통화정책을 상황에 따라 기술적으로 운용하는 경우에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거시적으로 분명한 원칙과 철학을 세울 필요가 있다. 어떤 나라도 현재 누리고 있는 삶의 질을 유지하는데 자급자족만으로는 힘들기 때문이다. 교역이 필요한 오늘날의 현실을 생각해보면 통화정책에 대한 원칙문제는 한 국가의 문제를 넘어 세계적인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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