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안전한가요"…아찔한 보도 위 '환풍구'

머니투데이 이슈팀 김사무엘 기자 2014.10.23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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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환풍구']독립문역 지하철 환풍구 밑 약 20m 지하공간…밟으면 '덜컹'

지난 21일 독립문역 3번 출구 앞에 위치한 지하철 환풍구 위를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위). 독립문역 근처 환풍구 밑 지하공간(아래). / 사진=김사무엘 기자지난 21일 독립문역 3번 출구 앞에 위치한 지하철 환풍구 위를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위). 독립문역 근처 환풍구 밑 지하공간(아래). / 사진=김사무엘 기자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독립문역 3번 출구 앞. 폭 3m, 길이 20m 인 지하철 환풍구가 인도(보도)의 3분의2 가량을 덮고 있었다. 시민들이 지나다녀야 할 보도를 지하철 환풍구가 덮고 있는 셈이다.

인도와 비슷한 높이의 환풍구 위에서 밑을 내려다보니 말 그대로 '아찔'했다. 족히 20m는 돼 보이는 깊이의 지하공간이 철제덮개인 '스틸 그레이팅'(steel grating) 밑에 자리잡고 있었다.



성기고 얽혀있는 철제덮개의 모양 탓에 까마득한 지하공간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철제덮개는 군데군데 휘고 덮개간 아귀가 안 맞아 울퉁불퉁하기도 했다. 길을 지나던 시민들도 보도 위 환풍구를 의식적으로 피했다. 일부 시민은 환풍구 밑을 내려다 보고는 아찔한 높이에 고개를 내저었다.

환풍구를 제외하고 사람이 통행할 수 있는 인도 부분은 1m 정도. 성인 두사람이 지나기에도 비좁았다. 유동인구가 많아지는 오후시간에는 어쩔 수 없이 아찔한 깊이의 지하공간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환풍시설 위로 지날 수밖에 없었다.



환풍구 주변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원모씨(28·남)는 "예전에는 환풍구 위로 사람들이 많이 다녔고 자전거가 다니기도 했다"며 "하지만 지난 17일 판교 환풍구 사고 이후엔 그 위를 지나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전했다.

근처의 다른 상인 역시 "환풍구를 피해 좁은 공간으로 사람들이 다니다 보니 통행이 매우 불편하다"며 "특히 근처 학교 수업이 끝나는 하교시간엔 보행자가 많아 서로 부딪치기도 한다"고 말했다.

환풍구 안전성에 대한 불안과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독립문역 인근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허모씨(45·여)는 "최근에 환풍구 덮개가 보수돼 그나마 안전해졌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철판덮개를 밟으면 덜컹거리는 소리가 나는 등 한눈에 봐도 불안해 보였다"며 "보수 후에도 환풍구 시설에서 나오는 바람이나 철망 사이 틈 등으로 인해 그 위로 지나가기 꺼려진다"고 불안해했다.


환풍구 옆을 지나가던 시민 강모씨(43·여)도 "원래 환풍기 위로 잘 지나다니지 않지만 판교사고 이후 더 그렇다"며 "근처에 학교도 있고 아이들이 많이 다니는데 위험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시민들에게 위협을 느끼게 하는 보도 위 환풍구는 이곳뿐 아니라 서울시내 곳곳에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내 지하철 환풍구는 총 2418개로 이 중 1777개가 보도 위에 설치돼 있다.

특히 독립문역 근처와 같이 보도 위에 30㎝이하로 낮게 설치된 환풍구가 199개에 달한다. 나머지도 30~120㎝ 774개, 120㎝초과 1445개로 행인이 올라다니기 충분한 높이로 시공돼 있다.

이처럼 보도 위 환풍구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지만 서울메트로측은 철제덮개의 안전성에 대해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건물의 환풍구 규정과는 달리 지하철 환풍구는 단단한 콘크리트 격벽 위에 H빔을 설치하고 그 위에 스틸 그레이팅을 얹어 1㎡당 500㎏의 하중을 견디도록 설계돼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판교사고 이후 20일부터 24일까지 서울메트로에 속해 있는 지하철 환풍구 990개소에 대한 일제점검을 실시했다"며 "평소에도 각 역의 역장 등 관리자들이 수시로 안전점검을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에도 시민들의 불안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근처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사고 이후 손님들이 '여기 환풍구는 안전하냐'고 계속 물어본다"며 "결국 시민들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려면 시민들의 불안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도록 제도부터 철저히 고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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