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옥탑방'만 노리는 세입자

머니투데이 송학주 기자 2014.10.22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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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옥탑방'만 노리는 세입자


대전에서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A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2년 전 '옥탑방'을 중개했는데 세입자 B씨가 계약만료를 앞두고 자신이 낸 월세 모두를 A씨가 내야 한다며 협박을 해서다.

계약서와 중개대상물 확인 설명서에 서명을 누락했고 불법건축물을 자신에게 알선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B씨는 집주인에게도 불법건축물로 관청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뜯어내기까지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B씨는 불법으로 확장된 옥탑방이나 '방 쪼개기' 등을 한 다가구주택 등만 골라 입주한 후 꼬투리를 잡아 중개업자와 집주인을 협박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중개업소나 집주인 역시 불법을 저질렀기에 떳떳하진 않다.

우리 주변엔 '불법건축물'이 만연한다. 서울에만 5만7190동의 불법건축물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는 적발돼 파악된 숫자로, 적발되지 않은 것까지 감안하면 실제로 더 많을 것이라고 업계는 추산한다.



오죽하면 재정난을 겪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전담 단속반을 꾸릴 경우 이들이 내야 하는 이행 강제금이 웬만한 부대수입을 압도할 정도로 많을 것이란 얘기까지 나온다. 게다가 불법건축을 통해 벌어들이는 임대소득에 대한 세금도 제대로만 걷는다면 세수확보에 큰 도움이 된다.

그런데 '파파라치'가 도처에 넘쳐나는데 유독 '불법건축물 파파라치' 제도는 만들지 않는지 의아하다. 세금탈루에 대한 파파라치제도는 운용되지만 포상금을 받을 수 있는 탈루세액이 5000만원 이상으로 한정되기 때문에 불법건축물을 적발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른다.

2008년 서울시는 종로구가 도입, 실시한 불법건축물 신고보상금제를 시 차원에서 도입을 검토했다가 불발된 적이 있다. 새로 지은 무허가 건물을 신고하면 신고자에게 1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종로구는 이 제도를 도입, 지난해 시에서 두 번째로 많은 3496동의 불법건축물을 파악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신규 무허가 건물만 대상이 되기 때문에 한계는 여전하다. "인력이 부족하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되풀이하는 대신 시민들이 직접 적발할 수 있게 하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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