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시장 '급속 냉각'···공모주 옥석가리기 시작됐나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14.10.21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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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급락에 IPO 시장 분위기도 싸늘..."삼성SDS 상장이 변곡점 될 것"

조 단위 시중자금이 몰리며 공모주 열풍이 불던 기업공개(IPO) 시장이 빠른 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를 항시 웃돌던 관행이 깨지며 '묻지마 청약'에 나섰던 투자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모주 청약을 실시한 메디아나, 신한제2호스팩, 대우스팩2호, 영우디에스피는 모두 일반 청약 경쟁률이 100대1을 밑돌았다. 시가총액이 작은 공모주의 청약경쟁률이 1000대1을 웃돌았던 상반기와는 정반대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특히 지난 10월7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메디아나 (6,140원 0.00%)를 기점으로 기관과 개인 투자자들의 청약 열기가 크게 꺾였다. 메디아나는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이 86대 1에 그쳤고 수요예측 부진 여파에 청약 경쟁률도 13대 1로 올해 상장기업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결국 메디아나는 상장 당일에도 공모가(6300원)를 크게 하회한 58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초가 6370원 대비로는 8.16% 급락한 가격이다. 상장 첫날 물량 대부분을 처분하는 공모주 투자 특성상 투자자들의 손실이 불가피했다.



대박 행진을 이어가던 공모주 시장에 '수요예측 부진-청약 부진-공모가 하회'가 발생하자 단골 공모주 투자자들은 확실하지 않은 물건은 건너뛰는 분위기다.

한 증권사 IB담당자는 "공모주 시장은 분위기가 중요한데 기세가 한 번 꺾이면 다시 회복되기 쉽지 않다"며 "대박 공모주가 재등장할 때까지 당분간 침체된 분위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메디아나의 뒤를 이어 13~14일 일반 공모 청약을 실시한 대우스팩2호는 최종 청약경쟁률이 0.49대 1을 기록하며 올해 최초로 미달되는 사태를 겪었다. 공모 기업이 아닌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이긴 했지만 올해 상장한 다수의 스팩이 모두 공모에 성공한 것을 감안하면 충격이 컸다.


대우스팩2호는 기관 수요예측에서 35.8대 1의 양호한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과거 대우스팩1호가 합병에 실패한 것이 청약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대우스팩2호의 청약 첫날 상장한 신한제2호스팩이 공모가를 밑돌며 장을 마감한 것도 청약 분위기를 냉각시켰다.

한 공모주 투자자는 "KB투자증권의 경우 1,2호 스팩이 모두 합병에 성공하며 실력을 검증받았지만 대우증권은 1호 합병에 실패해 스팩을 청산한 경력이 있다"며 "투자자들은 쥐꼬리만한 이자만 받고 3년간 자금이 묶였기 때문에 이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청약에 나서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난 14~15일 기관 수요예측을 실시한 영우디에스피도 수요예측 경쟁률이 17대1로 저조했다. 희망 공모가 밴드는 8000원~9500원대였지만 정작 공모가는 희망가 밴드를 하회한 5000원에 결정됐다. 72%에 이르는 기관 투자자들이 밴드 하단(8000원) 미만 가격을 불러 공모가 조정이 큰 폭으로 이뤄지게 됐다. 다만 공모가를 크게 낮춘 덕분에 일반 청약 경쟁률은 32대 1을 기록할 수 있었다.

증시 급락도 공모주 시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모바일 게임 '쿠키런'으로 유명한 데브시스터즈가 공모 규모 1000억원 이상 기업 중 사상 최대 수요예측 경쟁률(651.66대 1)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코스닥 시장에 안착했다. 하지만 외국인 매도에 코스피 지수가 2000선 아래로 내려오자 청약 열기는 시들해지고 있다. 공모주는 강세장에 상장해야 시초가가 높게 형성되는 경향이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증시 급락과 더불어 공모주 물량이 풍부해진 것도 침체의 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IPO 최대어인 삼성SDS의 상장을 앞두고 다른 공모주들의 소외가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현재 유안타증권 스몰캡팀장은 "상반기에는 공모주 시장에 물량이 부족해 수급이 몰리며 경쟁률과 주가가 대박을 내는 경우가 많았다"며 "하반기에는 IPO가 활성화되며 물량이 증가하자 굳이 모든 공모주를 청약할 필요가 없어지며 옥석 가리기가 시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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