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블프'가 다가온다, 유통업계 긴장해라"

머니투데이 민동훈 기자 2014.10.19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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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블프'가 다가온다, 유통업계 긴장해라"


올 연말 해외 직구(직접구매) 큰 장이 열린다. 벌써부터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 등에는 이달말 할로윈과 다음달 말 블랙프라이데이, 연말 박싱데이에 이르기까지 각종 해외 세일이벤트 기간을 공유하는 글들로 넘쳐난다.

관련업계에서는 올 4분기에만 직구 시장규모가 최대 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역대 최대 규모다.



국내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대형 할인행사를 벌여도 이 정도로 들썩이지는 않는다고 한다. 대체 왜 국내소비자들은 언어도 잘 안 통하는 해외직구에 열광할까.

국내 쇼핑몰에서 사면 2~3일 안에 현관앞까지 배송해주고 일부 상품은 당일배송도 가능하다. 하루라도 늦어지면 게시판은 항의글이 폭증한다.



반면 아마존 등에서 사면 아무리 빨라야 열흘 이상 기다려야 한다. 배송과정에서 클레임이 걸려 처음부터 결제를 다시 해야 하는 상황도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배송대행사이트 게시판과 블로그 등에는 이러한 '기다림'을 '설렘'으로 표현하는 직구족들로 넘쳐난다. 국내 판매가의 절반도 안되는 가격이 직구족들의 인내심을 '성자'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한 배송대행 사이트 게시글을 검색해보니 지난해 블랙프라이데이에 산 TV를 두달 가까이 지난 올해 1월에 받았다는 후기도 있다. 물론 불평보다는 기대감과 성취감이 묻어나는 후기였다.


스마트한 소비자 중에서도 직구족이 으뜸이다. 못사는 물건이 없다. 국경도 초월한지 오래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전 세계 온라인쇼핑몰의 할인정보로 가득하다.

운송수단의 발전과 물류비의 감소로 직구는 조만간 국가간 쇼핑의 경계를 모두 허물 것이다. 문제는 직구가 늘수록 국내 내수시장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똑같은 돈으로 더 질 좋고 싼 물건을 살 수 있는데 누가 마다할 것인가.

AS도 예전처럼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이미 글로벌 기업들은 글로벌 AS정책을 시행중이다. 배송대행업체들은 보험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블랙프라이데이 할인을 받아도 수백만원에 달하는 삼성, LG TV를 직구로 맘놓고 살 수 있는 이유다.

똑똑한 소비자들은 이미 누가 싸게 파는지 비싸게 파는지 다 안다. 가격 이상의 서비스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국내 유통업체들이 바짝 긴장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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