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관피아'의 명예로운 재취업

머니투데이 박용규 기자 2014.10.20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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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2014 국감] 관피아들의 명예로운 재취업을 위한 지혜가 필요할때

[기자수첩]'관피아'의 명예로운 재취업


올해 국정감사에서 두드러진 이슈 중 하나는 ‘관피아’다.
관료출신의 재취업 논란이 과거에도 없진 않았지만 가히 올해 대한민국은 'O피아' 천지라고 할만큼 ‘O피아’라고 딱지 붙여진 집단이 세기도 힘들 정도다.

국회의원들이 아예 증인들에게 대놓고 물어보는 장면도 등장했다.
김상민 의원(새누리당)은 은행연합회 부회장에게 “금융감독원 출신이시죠? 관피아죠?”라고 질문했다.



관피아로 통칭되는 정부 및 산하기관의 출신들의 재취업 루트는 다양하다. 공무원으로 퇴직한 다음 산하기관으로 가는 경우는 기본이고, 공공기관들이 만든 출자회사까지 발길이 미친다. 직접 산하기관으로 옮겨가는데 대한 비판이 높아지다 보니 공무원들의 '출자회사 사랑'은 더 심해진다.

올 국감에서는 출자회사에 대한 지적이 여러 상임위에서 제기됐다. 지난 13일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서는 이현재 의원(새누리당)이 에너지 공기업 퇴직자 169명이 출자회사 임원으로 옮겨갔다고 밝혔다. 능력 있는 퇴직자들이 옮겨 갔으니 수익을 내야 하나 이들이 옮겨간 회사의 60%가 적자를 면치 못했다. 홍지만 의원(새누리당), 이강후 의원(새누리당)도 비슷한 질의를 했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도 이종훈 의원(새누리당)은 한국교직원공제회 10개 출자회사의 7개업체의 대표가 교직원공제회 퇴직자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공제회 재직당시 평균 1억2천만원의 급여를 받았는데 옮겨간 출자회사에서는 평균 1억4000만원으로 더 높은 급여를 받았다.

아예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곳도 있다.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강동원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도로공사퇴직자들의 모임인 도성회에 대해서 공개했다. 도성회가 100% 출자한 회사는 ‘서울만남의 광장’을 비롯한 고속도로 휴게소 5개와 주유소 2개를 운영하고 있다.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출신들의 재취업을 싸잡아서 비판할 수만은 없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오랜기간 일을 해 왔고 이들은 우리사회의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제도적으로 이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충분한 고민이 없었다는 점은 이번 국감을 통해 재확인되고 있다. 이들도 생활인인 이상, 고령화 시대를 헤쳐나가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해야 하는게 현실이다.


이제라도 한 분야의 ‘장인’인 이들의 명예로운 재취업을 위해 우리 사회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는 걸 국감장의 '관피아'논란은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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