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주파수 700MHz, 지상파 줘라" 진정한 갑질?

머니투데이 배규민 기자 2014.10.17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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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주파수 700MHz, 지상파 줘라" 진정한 갑질?


"계속 갑(甲)질 할 겁니까", "미래부 때문에 식물 상임위원회라는 소리를 듣는 겁니다."

지난 13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질책이 쏟아졌다. 표현의 차이는 조금씩 있었지만 여야 의원들이 질책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은 분명했다. 주파수 700MHz(메가헤르츠)대역을 '지상파 방송사'에 할당하라는 것이다. 미래부 국감에서 처음 '고성'이 나온 이유는 한 마디로 "왜 지상파에 주파수 안 줍니까"였다.

하지만 왜 할당해야 하는지에 대해 말하는 의원은 드물었다. 한 야당 의원은 "주파수는 공공재니까 공익적인 성격의 지상파에 줘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이 의원은 불과 얼마 전까지도 지상파가 공익적인 역할을 못하고 있다며 KBS수신료 인상을 반대했다. 다른 의원은 "통신사에 주파수를 배정하면 수익성에 눈이 먼 시대착오적이고 독단적인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의원들이 목소리를 높인 700MHz대역 108MHz폭의 할당안은 논의 중에 있다. 정부는 2012년 40MHz폭을 통신용도로 배정했다. 또 세월호 사건이 터지면서 20MHz폭은 재난망으로 할당하는 안을 정해 현재 주파수심의위원회의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 지상파들은 남은 48MHz폭은 초고화질(UHD)방송을 하기에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통신용 할당을 무효화하고 지상파에 할당하라는 게 지상파의 일관된 주장이다. 의원들은 이날 지상파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지상파에게 공짜로 700MHz를 할당해 UHD방송 콘텐츠를 생산해야 한다는 취지는 좋다. 하지만 지상파 직접 수신 가구는 7%대에 불과하다. UHD TV 가격도 몇 백 만원대인 상황에서 UHD 방송이 국민의 보편적 시청권을 위한 서비스인지에 대한 의문도 크다. 통신용으로 배정하면 조 단위의 주파수 할당료를 받아 재난망 구축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 또 주파수 할당으로 트래픽 증가 등에 대비하는 것도 공공적으로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렇듯 이견이 있는 가운데 정치권이 정부가 2012년에 통신용으로 결정한 안에 대해 주무부처 수장을 압박하며 뒤집기를 강요하는 게 옳은 일인지 의문스럽다. 의원 한 명에 채 20분도 되지 않는 국감 시간을 지상파 편들기에 상당부분 사용한 것이 소위 '갑질'을 넘어, 직무 유기가 아닌지 의원들에게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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