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등에 올라탄 中 IT기업, 韓 반격이 필요해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송기용 특파원 2014.10.14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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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용의 北京日記]中 언론, 삼성 쇠락·중국 IT기업 융기에 열광

'삼성 어쩌면 다음 세대의 노키아가 될지도' 최근 삼성전자가 충격적인 3분기 실적을 공개한 후 중국 언론매체들이 연일 분석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대부분 삼성의 부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일부는 삼성을 노키아, 모토롤라, 에릭슨 등 한때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가 무너진 IT기업들과 비교하는 기사도 눈에 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비교대상조차 아니었던 샤오미, 화웨이, 레노버, 쿠파이 등 자국 스마트폰 업체들과 삼성을 견주기도 한다.

중국 IT시대주간(時代周刊)은 "오랫동안 휴대폰 세계 1위의 자리를 지켰던 노키아가 스마트폰 등장이라는 새로운 변화의 벽을 넘지 못하고 망한 것처럼 브랜드의 생성과 쇠퇴는 하나의 시장 사이클"이라며 "삼성 역시 쇠락의 주기를 피해갈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삼성이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위기에 직면하게 된 3대 원인을 꼽았다. 우선 숙명의 라이벌 애플과의 경쟁에서 뒤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갤럭시, 노트 등 삼성 제품의 가격은 아이폰과 비슷하지만 소프트웨어, 브랜드 충성도, 팬 문화 등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

중국산 저가 제품과의 성능 격차가 크지 않다는 점도 삼성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도달했고, 신규 소비자들은 저가제품을 원하고 있어 갈수록 중국 토종 업체들에게 밀려날 수 밖 에 없는 구조로 흘러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마트폰에만 전념할 수 없는 삼성의 사업구조 역시 문제로 지적됐다. 삼성전자 직원은 27만5000명(2013년 기준)으로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를 합친 것보다 많다. 엔지니어 숫자 역시 압도적이지만 반도체, 디스플레이, TV, 카메라 등 IT 전 분야의 제품을 생산하는 삼성은 경쟁사에 비해 역량이 분산되는 약점이 있다고 꼬집었다.

삼성이 아이폰6를 잡기위해 내놓은 노트4에 대한 반응도 뜨뜻미지근하다. 신화통신은 '아이폰6의 유일한 적수'라는 기사에서 선명한 아몰레드 화면과 대형 스크린을 장점으로 평가하면서도 이전 제품과 차별화된 혁신을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브랜드 생성과 쇠퇴를 이유로 삼성의 쇠락을 점친 중국인들은 혜성처럼 등장한 알리바바라는 자국 IT업체의 융기에 열광하고 있다. 세계 증시 본산인 미국을 강타한 알리바바가 세계 최대, 최고에 집착하는 중국인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때문이다. 지난달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한 알리바바는 단숨에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IT기업 시가총액 4위로 올라섰다. 페이스북, 아마존, 이베이 등 기라성 같은 거물을 제쳤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 회장은 상장을 계기로 중국 최고 부호 자리에 올랐다. 중국의 부자연구소 후룬연구원이 발표한 '2014 중국 부자 순위'에 따르면 마 회장은 250억 달러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리옌훙 바이두 회장(5위), 마화텅 텅쉰 회장(6위), 레이쥔 샤오미 회장(10위) 등 자수성가한 IT기업 창업자들이 중국 부호 상위권을 채웠다.

고위층과의 '꽌시(關係)'를 발판으로 성장한 부동산 재벌이 독점해온 중국 부의 판도를 재편성한 이 같은 대전환,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는 수많은 벤처기업과 창업자들에게 큰 자극을 줬다. 최근 중국 IT산업의 메카인 중관촌(中關村)에는 창업을 꿈꾸는 청년실업가와 여유 자본을 투자하려는 사모자본이 '제2의 마윈'을 꿈꾸며 몰려들고 있다고 한다.

마윈 회장도 "만약 내가 성공한다면 80%의 사람들이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벤처인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테헤란밸리에서 들려오던 IT신화가 중국에서 재연되고 있는 같아 부러울 뿐이다. 한국이 일본을 제치고 어렵게 차지한 IT강국 자리를 중국에게 이렇게 쉽게 내줄 수는 없다. 정부와 기업의 분발이 촉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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