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쇼크'···희비 엇갈리는 피해주 vs 수혜주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14.10.08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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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I 18개월래 최저치...정유·조선·건설 '울고' 유틸리티·운수·자동차 '웃고'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국제 유가가 추세적으로 하락하며 '저유가 시대'의 서막이 오르고 있다. 고유가로 신음했던 기업들이 구조적인 턴어라운드에 진입하고 고유가의 장기 수혜를 누렸던 기업이 적자로 전환하는 지각변동이 나타나고 있다.

현지시간으로 7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11월 인도분 선물은 전일대비 1.49달러(1.7%) 하락한 배럴당 88.85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4월 이후 18개월래 최저치다. 런던 ICE선물시장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11월 인도분도 이날 배럴당 92.11달러에 거래되며 2012년 6월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2000년부터 10년 넘게 지속된 원자재 슈퍼사이클이 끝나고 저유가가 장기적 트렌드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달러가 강세 전환하고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산유량이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유가가 급락한 상황에서 국제 원유 시장에는 새로운 공급자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석진 원자재 해외투자연구소 소장은 "글로벌 경제는 이미 저유가 시대에 접어들었다"며 "WTI는 추가 하락하되 80달러를 마지노선으로 장기적으로 횡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복귀하는 이란, 데뷔하는 미국=국제 유가가 이미 약세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전문가들이 추가적 하락을 전망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이란의 국제 원유시장 복귀와 미국의 원유 수출 임박이다.

천연가스와 원유 매장량이 각각 세계 1·4위인 이란은 그간 국제사회의 핵무기 관련 경제제제로 원유 수출에 제약을 받았다. 하지만 이란은 지난해 11월 주요 6개국과 합의한 공동행동계획 이행을 시작했고 핵 협상시한을 오는 11월24일로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크게 위축됐던 이란의 원유 수출이 개선될 전망이다.

채상욱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이란이 국제 사회에 화려하게 복귀하며 천연가스와 원유 공급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며 "이란의 가스전 개발계획상 향후 1.2억톤의 대규모 가스 증산이 가능하고 원유도 100만 배럴 증산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미국도 11월4일 중간선거 이후 원유수출에 대한 논의가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미국은 1973년 오일쇼크 이후 에너지보호법을 통해 원유 수출을 금지해왔다.

하지만 셰일가스 혁명으로 에너지 생산이 급증하면서 미국은 자체 생산량이 수입량을 넘어서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원유 수출 재개에 대한 미국내 여론도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 속에서 수출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하나대투증권 채 연구원은 "이란과 미국이라는 강력한 공급자의 등장으로 고유가 시대는 막을 내렸다"며 "이제는 저유가의 충격을 대비할 때다"고 조언했다.

◇저유가 시대, 투자전략 재정립해야=한국 경제 전체적으로 저유가는 경상수지 흑자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수입 비중이 큰 에너지 품목의 가격 하락으로 무역수지 흑자폭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업종별로는 희비가 크게 갈릴 전망이다. 최대 피해주는 정유업종이다. 3개월 주기로 원유를 구입해 쌓아놓는데 유가가 추세적으로 하락하면 매 분기마다 재고 평가손이 발생해 어닝 쇼크가 불가피하다. 국내 대표 정유업체인 SK이노베이션 (109,600원 ▲600 +0.55%)은 지난 2분기 이미 영업적자로 502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조선도 대표 피해업종이다. 글로벌 오일 메이저업체들이 유가 하락으로 해양 플랜트 발주를 줄이면서 악재를 만났다. SK이노베이션, S-oil과 현대중공업 (128,300원 ▼1,200 -0.93%), 대우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은 모두 이달 들어 줄줄이 신저가를 경신했다.

건설도 피해 업종으로 꼽힌다. 유가 하락은 중동국가들의 재정 수입 감소와 직결되는데 중동경제가 악화될수록 국내 건설사들의 수주가 줄어든다. 한국 건설사들의 매출액에서 해외 비중은 60%에 달하고 중동시장이 15% 축소될 경우 전체 매출액은 5.4%씩 감소하게 된다.

반면 저유가로 호재를 만난 대표업종은 유틸리티다. 특히 한국전력 (21,250원 ▼100 -0.47%)은 원료구입비 절감으로 최대 수혜주로 떠올랐다. 대한항공 (21,300원 ▲100 +0.47%), 아시아나항공 등 항공업종과 CJ대한통운 등 택배업체, 천일고속, 동양고속 등 운수업체도 수혜가 예상되고 있다.

해운업도 전통적인 저유가 수혜주다. 다만 해운사들의 경우 글로벌 물동량 감소에 직면해 있어 유가가 구조적인 수혜로 연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자동차도 전통적인 저유가 수혜주다. 과거 유가 하락으로 연료비 부담이 줄어들면 자동차 소비가 구조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정두선 현대자산운용 이사는 "저유가 시대 한국경제 전체적으로는 경상수지 흑자폭이 확대될 전망"이라며 "업종별로는 유틸리티가 최대 수혜가 예상되며 운송, 해운, 자동차도 저유가 시대 대표적인 수혜 업종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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