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띄어쓰기, 처음 한 사람은 외국인?

머니투데이 김주동 기자 2014.10.07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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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밭다리걸기]10. 한글에 대한 덜 알려진 이야기

이틀 후면 한글날입니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반포한 1446년을 기준으로 568번째 생일입니다. 1991년부터 공휴일에서 제외됐으나 지난해부터 다시 공휴일이 됐습니다. 이번 주는 조금은 덜 알려진 '한글'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띄어쓰기는 누가?
"짱구씨발냄새나." 인터넷에 우스개로 도는 문장인데요. 띄어쓰기를 하지 않아서 욕을 하는 것 같은 오해를 부르는 말이 됐습니다. 띄어쓴다면 "짱구 씨 발냄새 나"가 되겠지요.



조선어 첫걸음'(Corean Primer). /사진제공=국립국어원 '쉼표,마침표'<br>조선어 첫걸음'(Corean Primer). /사진제공=국립국어원 '쉼표,마침표'<br>


조선시대 말까지 조상들의 글쓰기는 오른쪽 위부터 아래로 하는 세로쓰기 방식이었습니다. 띄어쓰기도 없었습니다. 띄어쓰기는 언제 처음 나왔을까요?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1877년 영국 목사 존 로스(John Ross)가 편 '조선어 첫걸음'(Corean Primer)이 그 첫 번째 사례입니다. 한글 문장이 먼저 나오고, 그 아래 발음, 또 그 아래에 해당되는 영어 단어를 차례로 대응시켜 놓았는데요. 영어식으로 자연스레 띄어쓰기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에서처럼 가로쓰기도 보입니다.



이후 1896년 서재필, 주시경, 미국인 선교사 헐버트 등이 만든 '독립신문'이 간행물로는 최초로 띄어쓰기를 한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물론 최초 순한글 신문이기도 합니다. 창간호인 4월7일자 1면 '논설' (사설)을 보면 이와 관련된 부분이 나오는데요.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모두 언문으로 쓰는 것은 남녀 상하귀천이 모두 보게 함이오, 또 구절을 띄어쓰는 것은 알아보기 쉽도록 함이다."

이후 1933년 조선어학회가 만든 '한글맞춤법통일안'이 나오면서 띄어쓰기는 보편화됩니다.

중국어와 일본어는 현재도 띄어쓰기를 하지 않습니다. 중국어는 뜻글자로 띄어쓰기가 없어도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고, 일본어는 한자·히라가나·가타카나를 섞어 쓰기 때문에 큰 불편이 없습니다.


◆가로쓰기는?
앞의 외국인 사례를 제외하고 우리나라 사람이 쓴 책 중 최초의 가로쓰기(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쓰는) 문헌은 무엇일까요? 1895년에 나온 '국한회어(國韓會語)'가 그건데요. 이 책은 우리나라 최초의 국어 대역사전(한글 단어를 다른 나라말로 설명한 것)으로 2012년 문화재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국립국어원 '쉼표, 마침표.' 연재글 홍윤표의 '한글이야기'(같은 이름의 책으로도 출간) 내용을 참고했습니다. http://news.korean.go.kr/online/see/hangulstory/list.jsp?curPage=2 )

광복이 된 1945년에는 미 군정청 학무국(學務局)의 조선교육심의회에서 일본식 세로쓰기 대신 가로쓰기를 하기로 결정합니다.

독립신문 창간호 1면.<br>독립신문 창간호 1면.<br>
◆한글은 유네스코 문화유산?
일부에선 한글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올랐다는 얘기를 합니다. 하지만 이는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훈민정음 해례본'(解例: 예를 들어 해설함)이 올라간 것을 확대해석한 것으로 엄밀히 말하면 맞지 않습니다.

유네스코 유산은 세계유산, 인류무형문화유산, 세계기록유산 3가지가 있으며, 세계기록유산에는 훈민정음 외에 난중일기, 5.18민주화운동 기록물, 새마을운동 기록물 등 11개 한국 기록물이 올라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유네스코 유산 목록은 이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연결☞ http://www.unesco.or.kr/heritage/)

한편 유네스코는 1990년부터 매년 '세종대왕문해상(King Sejong Literacy Prize)'을 주고 있는데요. 문맹퇴치에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 2곳이 그 대상입니다.

이번 주 문제입니다. 한글날은 처음에 다른 이름이었습니다. 무엇이었을까요?
1.훈민정음날 2.가갸날 3.가나다날 4.천지인날

한글 띄어쓰기, 처음 한 사람은 외국인?
정답은 2번 가갸날입니다.
1926년 조선어연구회(후에 조선어학회)가 '왕조실록'의 "9월에 훈민정음이 이루어졌다"는 내용을 근거로 음력9월29일(마지막 날로 임의지정, 당시 양력 11월 4일)을 기념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한글은 언문, 조선글, 가갸글(가겨거겨 순으로 가르친 데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 암클(여자들이 쓰는 글) 등으로 불렸습니다.

이후 1928년에 '한글날'로 이름이 바뀌었고, 날짜도 양력으로 환산해 10월29일, 10월28일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다 1940년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되는데요. 1945년 책에 담긴 '9월 상한(上澣, 상순을 의미)'이라는 글을 근거로 상순의 끝날인 음력9월10일을 양력으로 환산한 10월9일을 한글날로 확정합니다. 반포 500돌인 이듬해엔 공휴일로 지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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