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나라에서 직장에서 일하는 여성의 비율이 남성들에 비해 현저히 적긴 하지만, 비율이 중요한 게 아니고 현재 일하고 있는 여성인력이 제대로 활용되고 있는 지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 아닐까요?”
“솔직히 왜 여성인력을 더 뽑아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여성들이 늘어나서 회사의 실적이 올라갔다는 객관적인 자료도 없고, 갈등만 초래하는 것 같은데...“
최근에 발표된 세계 각국의 여성임원 비율을 주제로 CEO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다국적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는 9월29일 전 세계 36개국 3천여개 기업들의 고위 경영진 2만8천명을 대상으로 여성 임원의 비중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1.2%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한국의 여성 임원 비중은 파키스탄(6.5%), 칠레(6.8%), 인도(7.1%), 터키(8.0%)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이사회와 고위 경영진에 여성 비중이 높은 기업이 그렇지 않은 곳보다 자기자본이익률(ROE), 배당성향, 주가상승률 등 기업성과가 좋았다. 고위 경영진 내 여성 비중이 15% 이상인 기업의 지난해 평균 ROE는 14.7%로, 여성 비중이 10%를 밑도는 기업의 평균 ROE(9.7%)보다 높았다.
또한, 여성인력 활용이 높은 나라가 GDP가 높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되었다.
그러나, 금년 상반기에 실시한 대한상공회의소의 ‘여성인력 활용에 대한 기업 인식 조사’에 따르면, 여성인력 활용이 경영성과 향상에 도움이 됐다는 응답이 67.2%로 집계되었지만, 추가 채용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은 성실성·책임감, 친화력, 창의성 등이 남성에 비해 높은 것으로 평가되었으나, 외부 네트워크나 팀워크, 리더십 등은 약하다고 지적됐다. 평가는 긍정적이지만 기업은 아직까지 충분히 여성인력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 임원의 비율이 세계 최하위에 머물고 있으며, 그나마 뽑아놓은 우수한 여성인력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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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우리나라는 왜 여성임원의 비율이 적고, 여성의 채용비율이 낮고, 여성 인력의 활용도가 떨어질까? 우리는 이 문제에 관한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은 ‘왜 여성인력이 중요하고, 현재의 여성인력을 어떻게 조기 전력화 할 것인가’이다.
여성들의 취업비중이 높아지고 여성 임원의 숫자가 늘어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도 중요하고 사회적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적 장치나 강제적인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왜 여성인력이 중요한지 왜 여성임원의 많이 배출되어야 하는 가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성들 스스로도 자신들의 장점이 조직의 성과에 어떻게 연동되고, 기존의 남성위주의 조직문화와 자연스럽게 하모니를 낼 수 있는지를 고민하여야 할 것이다.
여성임원이 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남성들에 비해 불리한 취업전선에서 우선 취업의 장벽을 넘어야 하고, 육아 출산 등의 어려운 난관을 잘 극복하여 장기간 근속을 해야 하며, 마지막으로 가장 뛰어난 남성 경쟁자들을 물리쳐야만 한다.
남성 위주의 남성 주도로 만들어진 조직체계에서 여자들이 자기 본연의 모습을 간직한 채 경력을 쌓고 위로 올라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절대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여자와 남자는 각기 다른 관점과 경험을 지니고 있으며, 따라서 함께 일할 때 의사결정 과정에 더 풍부한 관점을 가져올 수 있다. 팀에 속한 남녀의 비율이 똑같은지 아닌지는 중요한 게 아니다. 각자 자신의 독특한 방식으로 기여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고 그것을 가치 있게 여길 줄 아는 남녀 멤버들로 구성되어 있는지가 중요하다.
여성인력을 단지 사회적 약자의 배려 차원이 아닌 뛰어난 인재풀(pool)로 인식하여 접근하여야 한다. 지금과 같은 무한경쟁 시대에는 다양성과 합리적인 의사결정과 공감력이 가장 중요한 기업의 핵심역량이다. 우리는 지금 남성과 여성인력이 함께 시너지를 내는 성별이해지능이 뛰어난 기업(Gender Intelligent Organization:GIO)만이 지속성장과 지속가능 경영이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