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누적흑자 12조 돌파 "불황에 병원도 안간다"

머니투데이 이지현 기자 2014.10.03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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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건강보험 재정현황 분석…"불필요한 건보료 인상때문" 지적도

건강보험 재정의 누적 흑자가 역대 최고치인 12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건강보험 흑자를 바탕으로 암·심뇌혈관·희귀난치성 질환 등 4대 중증질환과 선택진료·상급병실·간병 등 3대 비급여에 사용할 방침이어서 재정 흑자 원인과 사용처를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단기보험인 건강보험에서 이처럼 천문학적 흑자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올 상반기 건강보험 누적적립금 12조 돌파=2일 머니투데이가 건강보험공단의 올 상반기 현금 포괄손익계산서를 분석한 결과 토지와 건물 등을 제외한 건강보험의 순수 현금성 자산은 역대 최고치인 12조1826억원으로 나타났다. 의료기관 등에 지급할 비용을 빼고 계산하는 국제회계기준을 적용해도 6조9857억원 규모다.



건강보험은 수입과 지출을 1년마다 맞추는 단기보험이다. 이 때문에 누적 흑자 규모가 크지 않은 것이 일반적이다. 2005년 이후 1조원 수준을 유지하던 누적 흑자는 지난해 8조원대로 급증한 데 이어 올 상반기 12조원으로 또다시 늘었다.

정부의 3대 비급여 정책이 현실화된 3~4분기에는 이 같은 증가세가 다소 주춤할 것으로 예상하더라도 상당히 큰 액수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진료량은 다양한 변수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구체적 원인은 외부기관에 연구를 맡겨 확인할 것"이라며 "2012년 이후 꾸준히 늘어나는 흑자 규모는 경기불황으로 사람들이 병원을 많이 찾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간단한 진료는 병원을 가지 않고 참는 경향이 늘었다"고 덧붙였다.

◇보장성 계획 과대추계 해 꼼수 인상? 의료계, 수가인상 요구 커질 듯=그러나 일각에서는 보건복지부가 각종 보장성 강화 계획을 과대 계산해 건보료를 꼼수 인상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매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는 다음해 늘어나는 건강보험 혜택과 이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고려해 국민들의 건보료를 인상한다.


건정심은 지난 6월 내년도 건강보험료 인상률을 1.35%로 결정했다. 각종 보장성 강화 정책과 의료기관 진료비 인상을 위해 2조1000억원의 보험재정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내년 직장가입자는 월 평균 1260원의 건보료를, 지역가입자는 1110원을 더 내야 한다.

하지만 건정심 예상보다 국민들이 건보재정을 적게 쓰면 국민들은 불필요한 건보료만 더 내는 셈이다. 이 경우 건보료를 불필요하게 인상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보건의료계 전문가는 "보장성 강화 등을 위해 실제 집행한 비용이 정부가 추계한 비용의 절반에 그치는 등 둘 사이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높다"며 "노인틀니의 경우 3000억원이 들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제도 도입 1년 동안 700억원만 집행됐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추계와 실제 사용액이 달라 재정이 쌓이는 상황이 계속되면 국민들의 건보료 저항이 커질 수 있다"며 "계획을 수립하는 것 뿐 아니라 이를 평가하고 추계의 적정성을 따져보는 작업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12조원에 이르는 재정 흑자 분을 두고 의료계의 진료비(수가) 인상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한 병원 관계자는 "의료기관들은 진료비가 실제보다 낮게 책정돼 의료기관으로 들어와야 할 건보재정이 들어오지 않아 흑자 규모가 커지고 있다고 판단한다"며 "흑자분이 계속되면 진료비를 올려 달라는 요구는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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