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속 전기차, 올림픽대로 달리게 될까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14.10.01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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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전기차 관련법은 서행중②]속도규제에 저속 전기차 시장 활성화 실패…심재철, 80km 도로 저속차 허용 법안 발의

이승현 디자이너이승현 디자이너


전기차는 현행법상 저속전기차와 고속전기차로 나눠진다. 저속 전기차는 1회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 27km이상, 최고 속도 시속 60km 미만'이다. 반면 고속 전기차는 '1회충전시 주행 거리는 92km 이상, 최고 속도는 매시 시속 60km 이상'으로 규정돼 있다.

국내 시판되는 전기차 중 고속 전기차 규정을 만족시키는 제품은 기아자동차 레이(RAY), 쏘울, 르노삼성 SM3 ZE, 한국GM 스파크 EV, 비엠더블유(BMW) i3 등 5가지다. 고속 전기차에는 주로 기존 자동차 업체들이 개발·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반면 저속 전기차는 고속 전기차에 비해 크기도 작고 20kWh가 넘는 배터리를 필요로 하지 않아 차량 가격이 비교적 저렴해 중소업체들이 주로 진출하고 있다. 장거리용이 아닌 출퇴근이나 단거리 업무용 등으로 이용 가능하고, 운행거리도 짧아 저녁때 심야전기를 이용해 충전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저속 전기차는 기존 자동차 시장의 틈새 시장을 노린 도심용 친환경 세컨드카로 유용하게 이용될 수 있다는 평가다.



정부도 전기차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저속 전기차 보급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R&D 보급에 적극 나섰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저속차 시장은 60km 속도 규제 등에 가로막혀 서울 시내에서 조차 운행을 하기 힘들자 판매 부진에 휩싸여 기존 업체들마저 속속 고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CT&T와 AD모터스는 사업을 중단했고, 지앤디윈텍도 차량 출시 전에 사업을 포기했다.

상황이 이렇자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이 30일 전기차의 통행이 금지된 '최고 속도 제한 시속 80km' 이상의 도로에 대해 지자체장이 관할 경찰서장과의 협의를 통해 전기차 운행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자동차관리법 일부개정안'을 입법 발의했다.


그동안 저속 전기차 발전을 가로막아온 결정적 요인인 도로의 속도제한을 풀겠다는 것. 하지만 심 의원이 지난 3월에도 같은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까지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을 볼때 국회 논의가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저속 전기차는 최고속도 60km 이하 도로에서만 운행이 가능하며, 그마저도 시장·군수·구청장이 해당 경찰서장과 협의해 선정한 구간만 달릴 수 있다. 최고속도 80km 도로에서 60km 속도로 달리는 것이 속도 위반이 아님에도 그동안 저속 전기차는 도로교통법에 따라 최고속도 60km 이상의 도로에 진입조차 못해 전기차 산업이 규제에 발목이 잡혀 위축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실제 서울시내 공항로·헌릉로 일부 등 22개 노선 79.2㎞의 일반 도로와 내부순환도로·올림픽대로 등 35개 노선 255.9㎞의 도시 도로는 다닐 수 없다. 오토바이와 비교해도 다닐 수 있는 도로가 크게 제한된다.

저속 전기차 규제는 전세계에서 국내만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전기차의 저속·고속차 구분 없이 차종을 경차로 구분해 모든 도로 운행을 허용하고 유럽이나 중국은 별도 구분 없이 일반차와 동일하게 도로 운행이 가능하다. 미국의 경우 저속 전기차를 구분해 운영하고 있지만, 주에 따라 35~45마일(56~72㎞)마일로 제한하고 있지만 주별로 제한속도를 상향조정하는 추세다.

유럽과 중국은 전문 중견·중소업체까지 저속 전기차 브랜드를 내놓고 고, 중국 산둥성에서만 약 20만대 가까운 저속 전기차가 운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저속 전기차의 도로 제한 규제를 완화하는 것만으로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전기차 산업 활성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활성화를 위해서는 고속전기차 뿐만 아니라 중저가형 저속 전기차 보금이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며 "법적 제도적 규정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심재철 의원도 "세계 각국이 전기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지나친 규제로 전기차를 이용할 수 있는 구간이 적고 속도가 느려 소비자가 외면하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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