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람부터 무덤까지, '알바 공화국' 대한민국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신현식 기자 2014.09.30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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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한국형 프리터族의 비극②]통계로 본 '알바 공화국' 대한민국

편집자주 일자리는 밥벌이다. 동시에 꿈과 희망, 미래다. 생계가 팍팍하면 희망찬 미래를 꿈꾸는 것은 쉽지 않다. '알바 공화국' 대한민국이 위태로운 이유다. 시간제 근로자가 200만명을 넘어섰다. 10대와 20대의 알바는 그나마 낭만이라도 있다. 가족을 책임져야할 30~40대, 노후를 즐겨야할 60~70대가 어쩔 수 없이 알바로 내몰리고 있다. 이들의 실상을 머니투데이가 들여다봤다.

요람부터 무덤까지, '알바 공화국' 대한민국


대한민국 '알바'들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60대다.

3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60세 이상 시간제 근로자는 53만8000명(같은 연령대 전체 근로자 대비 32.6%)이다. 지난 2010년 31만9000명(27.6%) 대비 21만9000명(5%p) 급증했다.(표 참조)

60대 근로자들이 대부분 경비원이나 빌딩 청소 같이 알바는 아니지만 근로조건이 알바 수준에 불과한 업종에 종사하다는 것을 고려하면 '노인 알바' 들의 수는 눈에 보이는 것 이상으로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헌수 시니어노동조합 위원장은 "요즘 노인들은 평균 54세에 퇴직해 71세까지 일한다는 통계가 있다"며 "17년 이라는 시간동안 제대로 된 일자리는 당연히 없고 외롭고 돈도 없기 때문에 일을 찾아 헤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내년엔 취업되겠지…수년째 알바로 연명"



시간제 근로자의 비중이 급증한 또 다른 연령대는 20대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9세 시간제 근로자는 지난 3월 기준 34만9000명이다. 같은 연령대 전체 임금근로자 대비 10.6%에 해당한다.

다른 연령대의 시간제 근로자 비중이 경기 변동에 따라 늘었다 줄기를 반복하는 것에 비해 20대 시간제 근로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0년 27만1000명(8.0%), 2011년 27만8000명(8.34%), 2012년 31만7000명(9.4%) 등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국내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줄이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한다. 학교를 마치고 사회로 진출하는 구직자들은 일단 '알바' 등 기간제 근로에 나서며 취업을 뒤로 미루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한다.


한 구직자는 "'올해 경기가 안좋다''올해 채용을 줄인다'는 소식을 듣고 일단 자취비라도 내기 위해 알바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며 "기업들이 몇년째 채용을 줄이면서 내년에 취업해야지 했던 게 수년간의 알바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좁아지는 취업문·갑작스런 은퇴 모두 알바로

생애 주기별로 10대부터 노년층까지 알바로 전전하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능력이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잡코리아 좋은 일자리 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대졸 신입채용을 진행하는 대기업 110개사의 채용규모는 총 1만5131명으로 지난해 하반기 대비 7.1% 감소했다.

그나마 채용을 하고 있는 업종은 유통업이나 서비스업 등이다. 특히 최근 수년간 외식업종을 중심으로 한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증가했다. 이들 업체들은 대표적으로 알바 채용이 많은 업종들이다.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노후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은퇴하게 된 것도 한 이유가 되고 있다. 퇴직금 정도만 손에 들고 은퇴해 창업을 했다가 고배를 맛보고 생계 유지를 위해 시간제 근로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양금승 전경련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소장은 "국가가 제공하는 노후보장은 취약한 상태에서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은퇴를 하고 있다"며 "얼마 안되는 퇴직금으로 다른 할 수 있는게 많지 않다보니 치킨집을 차렸다 경험부족 등으로 망하면 그대로 빈곤층으로 전락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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