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미국 최대의 전력기업을 이끌었던 새뮤얼 인설이 재판정에서 한 말인데, 이때 나온 '정직한 실수(honest mistakes)'는 그 후 오랫동안 인구에 회자됐다.
이런 노력 덕분에 경제 전체의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됐고 전차를 비롯한 새로운 운송수단이 생겨났으며 주부들의 노동시간도 줄어들었다. 물론 전기 공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그의 기업도 많은 돈을 벌었다. 1929년에는 자산규모 25억달러에 전력회사와 전차회사, 부동산 개발회사를 망라하는 65개 계열사를 거느린 대재벌그룹으로 성장했다. 그의 개인재산만 1억5000만달러, 지금 가치로는 15억달러가 훌쩍 넘었다.
내가 인설의 이야기를 자세히 알게 된 것은 그의 평전이라고 할 수 있는 '머천트 오브 파워(The Merchant of Power)'가 미국에서 출간된 2006년이었다. 나는 마침 한 신문에 이 책의 서평을 쓰게 됐는데, 당시 분식회계와 사기대출, 불법 외화반출 등의 혐의로 재판 받고 있던 우리나라의 재벌 총수를 떠올렸다. 그 재벌총수 역시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인으로, 일에 미쳐 회사에 온 정열을 바쳤지만 부채의 늪에 빠져 침몰한 다음 긴 해외 유랑 끝에 국내로 들어와 재판을 받고 있었다.
인설과 너무나도 비슷했다. 다만 그는 인설과 달리 유죄판결을 받았고 징역 8년의 실형과 18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의 추징금을 선고 받았다.(그러나 2년도 채 안 돼 사면됐고 추징금은 0.5% 정도만 냈다.) 그때 내가 쓴 서평 기사의 마지막 문장은 "그는 과연 유죄일까?"였다. 기업인이 사업을 하다 보면 실수를 저지를 수 있고, 과도한 외부 자금을 썼더라도 개인적으로 유용하지 않았다면 인설의 말처럼 '정직한 실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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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8년이 지나 이 재벌 총수가 다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그런데 자신의 책임은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 모든 잘못을 '그들' 탓으로 돌린다. 기업을 망친 것도, 경제가 엄청난 충격을 받고국민 모두가 피해를 입은 것도 다 그들 때문이란다. 책임을 회피하려는 사람에게서 드러나는 전형적인 '그들' 신드롬이다.
갑자기 나도 헷갈린다. 그렇게 떳떳하다면 왜 그리 오랜 세월을 해외에서 숨어 지냈는지, 재판 결과는 이제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인지, 참 세계는 넓고 세상 일은 알 수가 없다. 차라리 인설이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 훨씬 더 진실되게 와 닿는다.
"우리 회사에 투자한 수많은 사람들의 돈을 구해 보려고 숱한 밤을 지새웠지만, 또 친구와 동료들 그리고 내가 가진 모든 것을 투자한 이 회사를 지켜내려고 온 힘을 다 쏟았지만 끝내 실패했습니다. 저도 이제는 좀 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