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부상하는 핀테크의 세계③] 핀테크 스타트업, 금융 서비스 재창조한다

테크앤비욘드 편집부 2014.09.28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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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늘면 금리 높여주고 SNS 댓글 분석해 대출심사

핀테크 스타트업이 급성장하고 있는 영국 런던의 금융가핀테크 스타트업이 급성장하고 있는 영국 런던의 금융가


지난해 말 영국 런던의 ‘테크시티‘에 갔을 때 처음으로 ‘핀테크(Fintech)’라는 말을 들었다. 런던의 동쪽 지역인 이스트런던에 위치한 테크시티는 영국이 집중 육성하는 스타트업 단지다. 당시 만난 영국 정부 관계자는 금융 중심지인 런던의 장점을 살려서 핀테크 스타트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니 변화에 몹시 둔감한 보수 금융업계에서 어떻게 스타트업을 육성한다는 것이지?” 나는 당시 거대 은행으로 대표되는 금융업계와 작고 기민하게 혁신을 만들어 가는 스타트업을 연결해 생각하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바클레이즈 같은 영국의 대형 은행이 핀테크 스타트업을 단기로 집중 육성하는 액셀러레이터까지 만들어 지원한다는 말을 영국 스타트업 관계자로부터 듣고 더욱더 핀테크에 궁금증이 생겼다.

핀테크란 도대체 무엇인가. 핀테크는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을 결합한 합성어다. 모바일 결제, 모바일 송금, 온라인 개인 재정 관리, 크라우드 펀딩 등 금융 서비스와 결합된 각종 신기술을 의미한다.
올해 들어 ‘글로벌 핀테크 투자 붐’과 ‘핀테크의 부상’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런던과 미국 뉴욕의 핀테크 스타트업 붐을 분석한 컨설팅 업체 액센츄어에 따르면 핀테크 벤처에 대한 국제 투자는 2008년 1조원에서 5년 만에 3조원 규모까지 증가했다. 그리고 핀테크 투자는 계속 성장해 2018년까지 8조원 규모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2007년 아이폰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 모바일혁명이 핀테크에도 큰 자극을 준 것이다. 그리고 쉽게 응용해서 개발이 가능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발전과 고가 장비의 구입 없이도 자원을 사용한 만큼만 요금을 내는 클라우드 기술의 대두도 핀테크 스타트업의 발전을 촉진시켰다.



특히 2008년의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촉발된 국제 금융 위기는 기존의 거대 금융회사들에 각성과 변화를 요구했고, 일반 금융소비자들도 모바일 혁명시대에 맞는 새로운 금융 서비스에 목말라 있었다. 이런 배경에서 핀테크 스타트업이 꽃을 피우게 된 것이다.
반면에 각종 규제와 함께 ‘낙하산 인사’로 점철되어 있는 한국 금융계는 핀테크 무풍지대다. 하지만 국제 금융의 중심인 뉴욕과 런던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책으로 핀테크 스타트업을 열심히 육성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 핀테크 분야에는 어떤 스타트업이 있을까. 핀테크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앤테미스그룹(Anthemis Group)의 션 파크(Sean Park) 대표는 개인자산관리(Personal Finance), 주식거래(Markets & Trading), 위험관리(Risk management), 자산관리(Wealth management), 비즈니스뱅킹(Business banking), 결제(Payments)로 분야를 나눠서 핀테크 스타트업을 소개했다. 이 밖에 킥스타터(Kickstarter.com), 인디고고(Indiegogo.com)로 대표되는 크라우드 펀딩 분야나 새로운 사이버 통화 표준으로 떠오르고 있는 비트코인 분야 스타트업도 핀테크 분야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주목할 만한 해외 핀테크 스타트업 몇 곳을 소개한다.



온라인 은행'심플'온라인 은행'심플'
심플(Simple.com) - 수수료 면제 돈 관리까지
미국에서 은행은 방심한 고객들에게 비싼 수수료를 물리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은행 체킹 계좌가 바닥난 것도 모르고 채워 놓지 않고 체크카드를 사용했다가는 수십 달러의 수수료가 부과되는 것이다. 계좌 잔액이 일정 금액 이하로 떨어져도 자동으로 벌금이 부과된다.
이런 은행의 짜증나는 행태에 지친 사람들을 위해 나온 온라인 은행이 바로 ‘심플’이다. 미국 오리건주에서 시작한 이 온라인뱅킹 스타트업은 고객에게 일정 금액 이상을 예치하지 않아도 벌금이 없는 무료 체킹 계좌를 제공한다. 그리고 고객의 돈 씀씀이를 분석해 그래픽으로 보여 준다. 또 고객의 소비 행태를 분석해서 재정을 잘 관리할 수 있도록 예산까지 짜 준다.
잘 만든 모바일 앱을 제공하는 이 회사는 계좌의 각 사용 내용에 기억해 두기 편하도록 사진이나 PDF를 추가할 수 있는 기능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2009년에 시작한 이 회사는 실재의 점포 하나 없이 10만 명이 넘는 고객을 끌어 모았으며, 벤처캐피털(VC)로부터 180억 원이 넘는 자금을 투자받았다.

독일의 피도르 은행은 페이스북의 '좋아요'를 누르면 예금금리가 높아지고, 대출금리가 낮아진다.독일의 피도르 은행은 페이스북의 '좋아요'를 누르면 예금금리가 높아지고, 대출금리가 낮아진다.
피도르은행(www.fidor.de) - 좋아요 늘면 금리도 쑥쑥
역시 2009년에 설립된 독일의 피도르은행은 정보통신(IT), 특히 소셜미디어를 적극 접목한 온라인 은행이다. 특히 고객의 의견과 아이디어를 적극 받아들여서 일종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고객이 온라인으로 의견을 내고 참여할 때마다 10센트나 25센트씩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고, 페이스북의 ‘좋아요’ 숫자가 높아지면 예금 금리도 높아지는 독특한 시스템을 만들어서 주목받고 있다.

빌가드(Billguard.com) - 카드 청구서의 거품을 싹
너무 많고 복잡한 신용카드 사용 내용에 신음해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언제 어디서 사용했는지도 잘 모르는 이상한 내용이 튀어 나와서 슬금슬금 돈을 빼내 가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수수료가 착오로 잘못 부과되기도 한다.
빌가드는 이런 복잡한 청구서를 해독하는 안티바이러스 시스템이라고 자신의 서비스를 소개한다. 예측 알고리즘을 통해 고객의 신용카드와 은행계좌 이체 내용을 감시하고, 수상한 내용이 나오면 경보를 울려서 알려 준다. 역시 모바일 앱으로 자신의 다양한 신용카드와 은행계좌를 통합 관리하는 것이 가능하다.


온덱(Ondeck.com) - 소셜 댓글 분석해 대출심사
1조5000억 원 가치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는 뉴욕의 스타트업 온덱(Ondeck)은 2007년에 설립됐다. 이 회사는 마치 은행처럼 자영업자들에게 몇 백만 원에서 몇 천만 원, 몇 억 원 단위의 소규모 대출을 해 준다. 그런데 이 회사는 오프라인 지점이 하나도 없다. 완전히 온라인으로만 대출심사 절차가 진행된다.(대출 상담을 해 주는 전화상담원은 있다) 절차도 엄청나게 신속하다. 이 회사 홈페이지에 따르면, 온라인으로 신청서를 제출하는데 10분, 대출 여부는 몇 분 만에 결정해 알려 주고 돈은 이튿날 입금해 준다.

온덱의 노아 브리슬로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은행에 갈 시간이 없는 바쁜 자영업자가 많다. 사업 확장을 위해 소규모 투자가 필요한 이들에게 은행의 복잡한 서류와 심사 과정은 악몽이다. 온덱은 앉은 자리에서 인터넷으로 대출을 신청하고 바로 이튿날 돈을 입금 받을 수 있는 편리한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가 실제로 대출신청인을 직접 대면하지 않고도 온라인으로만 이렇게 빨리 대출을 진행할 수 있는 것은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 기술 덕분이다.
신청한 사업자의 신용도를 은행 거래 내용, 현금 흐름, 신용도, 소셜 미디어의 댓글이나 평점까지 고려해서 순식간에 분석해 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심지어 대출을 신청한 식당의 옐프(Yelp: 미국의 레스토랑 리뷰사이트) 댓글까지 분석해 반영한다. 이 회사는 현재까지 누적해서 약 1조 원의 자금을 대출해 주었으며, 지난해에는 700억 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이 회사에도 구글벤처스 같은 VC 자금이 2000억 원 넘게 투자됐다.

렌딩클럽(Lendingclub.com)- 개인간 대출 중계 플랫폼
개인 간에 돈을 대출해 줄 수 있는 개인대출(Peer to peer lending)도 급부상하고 있다. 2006년에 설립된 샌프란시스코의 렌딩클럽(Lending club)은 돈을 빌려 주려는 개인투자자와 돈을 빌리려는 개인이나 소규모 비즈니스를 온라인으로 연결해 주는 플랫폼이다. 이 회사는 소규모 사업 확장이나 개인적인 이유로 몇 백만 원에서 몇 천만 원 규모의 급전이 필요한 고객들을 겨냥해 이율이 신용카드 대출보다는 싸고 은행보다는 좀 비싸지만 온라인으로 쉽게 신청할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워 크게 성장하고 있다.
올해 이미 누적으로 5조 원이 넘는 대출금이 렌딩클럽 플랫폼을 통해 거래됐고, 연말까지 약 50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공개를 준비하고 있다.

핀테크 기업은 특히 결제(Payment) 분야에 많이 있다. 지금 10월부터 아이폰6와 함께 등장할 애플페이가 폭풍의 눈으로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5년간 결제 분야에서 급성장, 주목할 만한 스타트업 2개 사가 있다. 스퀘어(Square)와 스트라이프(Stripe)다.

스퀘어의 모바일용 스퀘어 리더기스퀘어의 모바일용 스퀘어 리더기
스퀘어(Square.com)- 3조원 넘는 거래 플랫폼 성장
트위터 공동창업자의 한 명인 잭 도시가 2009년에 시작한 스퀘어는 작은 신용카드 리더기를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장착해서 간편하게 판매시스템(POS)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서비스와 제품으로 유명하다.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소상공인, 심지어 노점상이라도 손쉽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이용해서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에 호응을 얻으면서 지난 5년간 급성장했다.
실제로 요즘 미국에서는 전통의 신용카드 단말기 대신 스퀘어 리더를 붙인 아이패드로 주문을 받는 가게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약 5조원의 기업 가치로 지금까지 수천억 원을 투자받은 스퀘어는 올해 약 30조원이 넘는 거래액을 처리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하지만 스퀘어의 미래가 마냥 밝은 것은 아니다. 인터넷결제 분야의 전통 강자인 페이팔이 페이팔히어(Paypal Here)란 스퀘어와 비슷한 제품을 내놓고 경쟁하고 있는 데다 전자상거래 분야의 공룡 기업인 아마존도 최근 이 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아마존로컬레지스터라는 서비스를 지난 8월에 내놓으면서 신용카드 결제수수료를 1.75%까지 낮춘다고 발표했다. 10월 이후 가입한 가맹점에는 2.5%로 수수료가 올라가기는 하지만 스퀘어의 2.75%보다 낮다. 게다가 스퀘어는 10월부터 애플페이와도 경쟁해야 한다.

스트라이프(Stripe.com)- 손쉬운 모바일 앱 결제 지원
아일랜드 출신의 패트릭 콜리슨, 존 콜리슨 형제가 2009년 미국 보스턴에서 창업한 스트라이프는 모바일결제 분야의 떠오르는 신성 같은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는 모바일 앱에서 카드를 통한 결제를 쉽게 해 주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다. 데스크톱이나 랩톱컴퓨터 화면과는 달리 아주 작은 스마트폰 스크린에서 사용자가 카드번호를 입력하고 돈을 내게 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이 회사는 쉽게 이것을 가능하게 한다.
모바일 앱 개발자는 스트라이프의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코드만 가져다 자신의 앱에 삽입하는 것으로 쉽게 전 세계의 고객으로부터 매출을 올리고 이틀 안에 대금을 받을 수 있다. 전 세계로 139가지 통화를 지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은행 계좌 이체와 비트코인, 더 나아가 중국의 알리페이까지도 지원하기 때문에 국제 비즈니스를 하는 모바일 회사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스트라이프는 대신 결제 회당 거래 금액의 2.75%와 30센트의 수수료를 받는다.
실리콘밸리의 명문 액셀러레이터인 와이콤비네이터 출신인 이 스타트업은 올해 초 1조8000억 원 규모의 기업 가치로 시콰이어캐피털, 앤드리슨호로비츠 등 명문 VC들의 투자를 받기도 했다. 스트라이프는 여기서 비자카드 등 거대 기업들과 함께 애플페이의 파트너사로 참여하기도 했고, 이번에 트위터가 트위트에 온라인 쇼핑 기능으로 추가하려는 바이(Buy) 버튼을 담당하는 결제솔루션 회사로 선정됐다.
한편 페이팔은 지난해 스트라이프의 경쟁자인 시카고의 모바일결제 스타트업 브레인트리(Braintree)를 약 80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개인 신용을 분석해 할부 지원하는'어펌'개인 신용을 분석해 할부 지원하는'어펌'
어펌(Affirm.com)- 개인 신용 분석해 할부 지원
페이팔의 공동창업자이던 맥스 레브친이 지난해 시작한 모바일결제 스타트업 어펌(Affirm)도 주목할 만한 회사다.
어펌은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물건을 살 때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신용으로 할부 구매를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결제 서비스다.
어펌 결제를 이용하는 고객은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생년월일, 사회보장번호 4자리만 넣으면 된다. 그러면 고객의 신용도 등 공개된 데이터를 이용해 몇 초 만에 신용도 조사를 마친 뒤 어느 정도의 이율에 할부가 가능한지를 문자메시지로 알려 준다. 1000달러짜리를 구매하는 경우 신용도가 좋으면 16달러, 나쁘면 50달러 정도의 추가수수료를 내고 3개월 할부가 가능하다. 대신 어펌은 신용카드사와 똑같이 온라인 가맹점에는 물건 대금을 곧바로 지급해 준다.

지금까지 소개한 핀테크 스타트업은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이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조사하면서 이렇게 많은 핀테크 스타트업이 이미 나와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공룡이 되어 동작이 굼뜬 데다 각종 규제와 보안 문제로 새로운 시도를 하기 어려운 기존의 대형 은행이나 증권회사들이 못하는 금융 분야의 혁신에 스타트업이 과감하게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혁신에 둔감한 전 세계의 택시 업계를 모바일 앱을 이용한 택시서비스로 공격하고 있는 우버(Uber.com), 리프트(Lyft.com)나 세계 호텔업계를 뒤흔들고 있는 공유경제형 숙박 서비스 에어비앤비(Airbnb.com)가 가져오는 파괴적 변화와 비슷하다.

이런 변화에 뒤질세라 일부 은행들은 벤처펀드를 직접 결성하고 스타트업 투자에 나서기도 한다. 액센츄어 보고서에 따르면 스페인의 빌바오비스카야 아르헨타리아 은행(BBVA)과 러시아의 스베르은행(Sberbank)은 지난 수년간 약 1000억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꾸려서 스타트업 투자에 나서고 있고, 미국의 캐피털원 및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등도 새로 펀드를 만들어 스타트업 투자를 시작했다.

그런데 아쉽게도 관치금융과 액티브X, 공인인증서에 찌들어 있는 한국의 금융업계는 이런 핀테크 혁신의 무풍지대다. 핀테크에 관심도 없고 투자도 하지 않는다. 각종 규제 이슈 때문에 “해도 어차피 안 될 거야”하면서 핀테크 스타트업 투자를 외면한다는 것.
한국의 대표 핀테크 스타트업으로는 모바일 앱을 통해 쉽게 송금을 가능하게 해 주는 기술을 개발한 비바리퍼블리카나 비트코인거래소 코빗, 근거리무선통신(NFC)을 통해 간편 결제를 가능하게 하는 한국NFC 등이 있다.

한국에서도 핀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때다. 계속 이런 흐름을 방관하고 한국을 갈라파고스 지대로 남겨 놓다가는 스타트업에서 공룡으로 성장해 가는 글로벌 핀테크 기업들에 국내시장을 한순간에 장악당할 수 있다.
글=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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