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부선씨. /사진=홍봉진 기자
배우 김부선(53·사진)은 끝내 눈물을 쏟았다. 지난 12일 아파트 반상회 폭행사건에 휘말린 후 김씨의 난방비 비리 폭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하루아침에 '난방열사'로 떠올랐지만 정작 김씨 자신은 몰려드는 취재진과 꼬리를 무는 루머, 비방에 새 드라마 촬영에 몰입이 어려울 정도로 극심한 마음고생을 했다.
김씨가 이미 지난 1월 페이스북에 박원순 서울시장을 상대로 '0원' 난방비 공문을 게시했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만 10년 전에 은행에서 큰돈을 빌려 난생 처음 내 집 마련을 했는데 10년 전 100가구 넘게 난방비를 내지 않는다는 소문을 들었고 우리 모녀는 내 집 마련의 기쁨도 누리지 못한 채 10년째 추위와 전쟁 중"이라며 "저처럼 힘없고 돈 없는 사람만 피해를 보는 실정이다. 아파트 난방비리 제발 좀 해결해 달라"고 호소했다.
김씨는 지난 2월 본지 기사에 '가명 김미영씨'의 사례로 등장했다. 그는 기사가 나간 후 반상회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공동주택 부정부패' 문제를 제기했고 최근 오랜 숙원인 '개별난방 전환' 승인도 얻어냈다. 그리고 14일 오후, 한 방송사에서 김씨가 12일 주민회의에서 전 부녀회장 윤모씨에게 폭행을 행사한 장면이 전파를 탔다. 15일 오전, 오랜만에 기자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나도 똑같이 공정한 보도를 받을 권리가 있잖아요. 왜 내 상처는 안 보여주고 2,3초만 편집해서 내보내는 거야. 관리소장이 허락 없이 CCTV 유출하면 개인정보법 위반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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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씨 측은 사건 당일 김씨가 '개별난방 전환' 안건과 관계없는 '리모델링'을 주장한 것이 사건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씨는 "애초에 건축 당시 모 권력가 주택의 조망권 확보를 이유로 일부 동만 층을 낮게 지었으니 15년이 지난 지금 증축 찬반투표를 붙여보자는 것이 잘못이냐"고 되물었다. 김씨는 '개별난방'과 '증축', '난방비'를 함께 토론하자는 공문을 붙였으나 관리소 측이 일방적으로 제거했다고 주장했다.
김씨가 '난방열사'라는 이미지와 달리 오히려 본인이 난방비를 상습적으로 적게 냈다는 루머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김씨는 "지난 겨울 배터리가 고장나 이를 관리소장과 비대위, 주민, 기자 등 40여명에게 알렸다"며 "소장이 곧 개별난방으로 전환할 거니 아깝게 20만원 주고 고치지 말라고 해 전년도 기준과 해외여행 기간 등을 감안해 난방비를 냈다"고 말했다. 난방용 열량계의 배터리가 고장나면 사용하는 열량을 측정하지 못해 일반적인 경우 난방비가 0원이 나오게 된다.
그는 자신이 사리사욕이 있는 평범한 사람임을 숨기지 않았다. 김씨는 "난 세금 꼬박꼬박 내고 교통딱지도 한 번 떼먹어보지 못했는데 비리를 알고 나니 내가 바보란 생각이 들었다. '나도 (난방용 열량계가) 고장나봤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고, 아예 모두 배터리를 부수고 난방비를 n분의 1로 내자고 주장도 해봤지만 부결됐다"고 덧붙였다.
돌이켜보면 김씨는 시기별로 소재는 바뀌었지만 늘 사회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그가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가며 싸우는 이유는 뭘까? 김씨는 "우리 딸을 위해서다. 의협심 있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그는 "참지 않는 게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참는 게 문제"라고 했다. 긴 시간 대마초 비범죄 운동을 한 것은 배려하고 나눠야 할 소수의 강자들이 논리 없이 무고한 젊은이들을 범죄자로 만들고 억압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마초도, 난방비 비리도 그 뚜렷한 '문제의식'이 열정적인 공부와 운동의 원동력이 됐다.
김씨는 자신이 '돈 없고 가난한 마이너리티 여배우'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도 '공인'으로서의 책임감을 인식하고 있다. 그는 "나 같은 사람에게도 '팬'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일반 사람들 200만원, 300만원 벌고도 감사하며 잘 사는데 공인은 수억을 쉽게 벌고도 사회를 돌아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논리가 없으니, 그저 내가 마음에 안 드니 애마부인이었다고 욕하며 거대 기득권이 진실을 은폐하고 김부선에게 집단 린치를 가한다"며 "끝까지 비리를 밝혀내고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