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알리바바 매수" IPO는 상장 첫날 왜 오를까

머니투데이 미래연구소 강상규 소장 2014.09.2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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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72>IPO 대박의 유혹

편집자주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림=김현정 디자이너/그림=김현정 디자이너


"IPO주식은 왜 상장 첫날 급등하는 걸까?"

19일(현지시각) 뉴욕 증시에 상장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중국의 알리바바(Alibaba)는 상장 첫날 38%나 오르며 마감했다. 정오 직전 거래를 시작한 알리바바 주식은 15여 분만에 한때 공모가 대비 거의 50%나 급등해 시장을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알리바바의 상장 첫날 주가 급등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기관투자가와 큰 손들을 대상으로 한 로드쇼(road show)에서 알리바바 주식은 뜨거운 러브콜을 받아 예상 공모가가 60~66 달러에서 66~68 달러로 상향조정된 바 있다.



알리바바와 같이 IPO가 로드쇼 기간동안 예상 공모가가 상향 조정될 경우 상장 첫날 크게 급등한다는 점은 오랫동안 주식시장에서 되풀이된 현상이다. 따라서 알리바바가 상장 첫날 38%나 급등했다는 사실은 그다지 놀랄 일도 아니다.

오히려 닷컴 버블 때 IPO라면 쉽사리 2배씩 올랐던 점을 고려하면 알리바바의 상장 첫날 성적은 초라한 것일 수도 있다. 닷컴 버블이 한창이던 1995년 인터넷 검색의 원조격인 네스케이프(Netscape)는 상장 첫날 108% 급등 마감했고 한때 165%까지 치솟기도 했었다.



그런데 문제는 알리바바와 같이 거의 모든 투자자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IPO 뿐만 아니라 그다지 인기가 없는 IPO도 상장 첫날 대체로 상승 마감하는 경향이 있다는 데 있다. 재무학자들마저 IPO가 상장 첫날 상승 마감하는 것을 두고 주식시장의 이상현상(anomaly)의 하나로 부를 정도다.

전통 재무학자들은 주식시장의 효율성을 강하게 믿는다. 설령 일시적으로 효율성에서 벗어날 수는 있어도 다수의 시장 참가자들로 이뤄진 시장은 스스로 비효율성을 제거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IPO가 상장 첫날 상승 마감하는 현상이 계속 반복되는 점은 전통 재무학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왜냐하면 누구나 IPO가 상장 첫날 상승 마감한다는 걸 알면 모든 사람이 공모주를 배정받으려고 노력할테고 그 과정에서 공모가는 자연스레 올라가 적정가치에 도달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만약 삼성전자 (76,700원 ▲400 +0.52%) 주가가 내일 10% 상승한다는 걸 누구나 알게 되면 너도나도 오늘 당장 삼성전자를 매입하려고 나설테고 반대로 아무도 삼성전자를 팔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삼성전자 주가는 오늘 충분히 오르게 되어 내일 주식시장이 개장되어도 더이상 상승할 여지가 남아 있지 않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난 반세기 동안 재무학자들은 상장 첫날 IPO 주가의 급등 원인을 다양한 각도에서 풀이했다. 이 가운데 다수 의견은 IPO의 공모가 산정을 관장하는 주간사가 IPO의 정확한 시장 수요를 반영하지 않고 공모가를 일부러 낮게 책정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IPO 언더프라이싱(underpricing)이라 부른다.

IPO의 공모가가 언더프라이싱된 까닭에 상장 후 주가가 적정가치를 찾아 급격히 오르는 건 당연한 일.

그럼 주간사는 왜 IPO 언더프라이싱을 하는 걸까? 이에 대해 재무학자들이 제시한 원인도 수십가지에 달한다. 수십 여년에 걸쳐 수많은 재무학자들의 연구와 조사가 있었으면 이제는 IPO 언더프라이싱이나 상장 첫날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이 사라져 버릴 법도 한데 아직까지 되풀이되고 있는 걸 보면 정말 이상현상(anomaly)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개미 투자자들은 IPO로 큰 돈을 벌 수 없을까? IPO가 상장할 때마다 첫날에 크게 오른다면 모든 IPO 공모에 참여해 최대한 많은 주식을 배정받으면 소위 '땅짚고 헤엄치기'식으로 큰 돈을 벌 수 있는 거 아니겠는가?

하지만 안타깝게도 개미 투자자들은 IPO 공모주 배정에 철저히 소외돼 있는 게 현실이다. IPO의 성공을 책임지고 있는 주간사는 인기있는 IPO에 대해서 기관투자가와 큰 손들에게 배정에 특혜를 주어 큰 이익을 벌게 해주는 대신 수요가 적은 IPO에도 큰 손들이 참여하게끔 유도한다.

따라서 개미와 같은 소액주주들은 알리바바와 같은 인기높은 IPO주를 배정받기가 하늘에 별따기와 같이 어렵다. 만약 소액주주들이 특정 IPO주를 배정받았다면 기뻐할 게 아니라 오히려 큰 손들에게 인기가 너무 없어 소액주주들에게 IPO주가 배정된 것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이를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라 부른다.

따라서 개미 투자자들이나 소액주주들 입장에선 인기높은 IPO는 상장 후에 공모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시장에서 매입할 수 밖에 없다. 낮은 공모가에 IPO주를 배정받고 상장 첫날 급등한 가격에 팔아치워 대박을 얻을 수 있는 큰 손들에 비해 개미 투자자들은 상장 첫날 IPO로 대박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사실상 없는 셈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상장 첫날 IPO주를 매입한 개미 투자자들이 큰 돈을 벌기 위해선 주가가 상장 첫날 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계속 올라야만 한다. 그런데 주식시장의 또다른 이상현상 가운데 하나는 상장 첫날 그렇게 화려하게 급등한 IPO가 상장 후 1~3년이 지난 뒤에는 아주 저조한 성적을 낸다는 것이다. 재무학자들은 이를 IPO 장기 언더퍼포먼스(long-term underperformance)라 부른다.

지난해 11월 기업공개로 시장의 큰 주목을 받았던 현대로템 (38,450원 ▼2,700 -6.56%)이란 주식 있다. 상장 첫날 주가가 상한가까지 치솟으며 공모가 대비 69%나 올랐던 종목이다. 하지만 화려한 증시 데뷔와 달리 상장 후 채 1년이 지나지 않은 지금 현대로템 주가는 공모가 23,000원 보다 낮은 수준까지 떨어져 있는 상태다. IPO 장기 언더퍼포먼스의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되는 것이다.

물론 구글이나 페이스북 처럼 상장 후 주가가 계속 상승세를 유지하며 수백 퍼센트씩 상승하는 종목도 있다. 이런 종목의 경우엔 개미 투자자들이 상장 첫날 IPO주를 매입해도 대박을 낼 수 있다. 하지만 미리 어떤 IPO가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될 지 아무도 모른다. 따라서 IPO 공모에 참가하지 못한 개미 투자자들은 오늘도 IPO 대박의 유혹을 바라며 상장 첫날 매수 주문을 낸다. 마치 복권을 구입하는 심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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