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피해자 협상 물꼬트나…삼성-가족위 ‘제 3조정위’ 구성 합의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14.09.17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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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올림은 반대입장…후속 협상일, 조정위 구성방안은 추후 협의키로

반올림과 이견을 보여 이탈한 6인 가족대표위원회 송창호씨(왼쪽), 백수현 삼성전자 전무(오른쪽). 삼성전자와 가족위원회는 17일 제 3조정위 구성에 합의했다. /사진=뉴스1반올림과 이견을 보여 이탈한 6인 가족대표위원회 송창호씨(왼쪽), 백수현 삼성전자 전무(오른쪽). 삼성전자와 가족위원회는 17일 제 3조정위 구성에 합의했다. /사진=뉴스1


삼성전자 (77,600원 ▼400 -0.51%) 반도체 공장 산업재해 피해자와 삼성전자간의 피해보상 협의가 진척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삼성전자와 피해자 가족 6인으로 구성된 가족대책위가 공신력을 갖춘 ‘제 3조정위’를 구성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구체적인 위원회 구성과 협상 방안은 추후 논의될 전망이다.

그러나 반올림 측은 이에 대해 “실질적인 사과와 재발방지가 우선”이라면서 사실상 반대입장을 밝혔다.



백수현 삼성전자 전무는 17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가족대책위, 반올림과 3자 협상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늘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하는 전기가 마련된 것 같다”며 “그동안 협상을 해온 발병자와 가족 8분 가운데 6분이 조정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 가족대표 6명은 각자 입장이 너무 달라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전환점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대화를 이끌어갈 조정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고 강조했다.



가족위는 이와 함께 협상 속도를 내기 위해 협상주기를 2주일에서 1주일로 단축하고 조정위 구성을 위한 별도의 실무협의 진행을 제안했고, 삼성전자도 이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6명의 피해자로 구성된 가족위는 추후 조정위 구성, 피해보상 기준 등 구체적인 사항을 마련한 뒤 삼성전자에 알릴 계획이다.

가족대표단 송창호씨는 “협상 시작 후 2시간 동안 같은 말만 반복되고 정회가 거듭돼 이렇게 있어서는 협상이 더 진전되기 힘들다는 느낌을 받았다. 상호 융합이 필요한 상황이었다”며 “중간에서 양측의 입장을 조정해 줄 기구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피해자 가족, 반올림, 삼성전자 의견을 아우를 수 있는 제 3의 조정위 구성을 제안했고 삼성전자는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했다”고 덧붙였다.

가족위 정애정씨도 “그동안 피해보상에 대한 하나의 진전없이 4개월이 흘렀다. 오늘 교섭도 진척을 안보였고 이대로는 협상이 진행되지 않을 것 같아서 조정위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반올림 대표단 황상기씨. /사진=뉴스1반올림 대표단 황상기씨. /사진=뉴스1
삼성전자와 가족위는 조정위 구성에 의견접근을 이루고 추가협상을 진행키로 했으나, 반올림 교섭단은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삼성전자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산재 신청자 33명 전원에 대한 보상과 구체적 피해보상 기준 마련을 우선 요구했다.

제 3조정위 구성은 이런 협의가 진행된 뒤에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입장이다.

반올림 대표단측 황상기씨는 “삼성전자는 협상에 앞서 피해자가족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벤젠 등 화학물질을 사용해 산업재해가 발생했다는 구체적인 사과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삼성전자는 처음에 유미(백혈병으로 사망한 황씨의 딸)의 산업재해 개인적 질병으로 치부했다. 그러나 법원은 산업재해를 인정했다. 삼성은 앞으로 유해물질을 쓰지 않겠다,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겠다는 재발방지 약속을 분명히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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