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속으로]존경의 조건과 말

머니투데이 타드 샘플 Well Dressed 대표 2014.09.17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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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드 샘플(Todd Sample)<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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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드 샘플(Todd Sample)
Well Dressed 대표


존경심이란 누군가의 능력이나 자질, 성취한 업적에 깊은 감명을 받은 감정이라고 정의된다. 정의대로라면 누군가를 존경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을 실제로 알아야 한다는 말이 된다. 그런데 전철 맞은편에 앉아 있는 사람의 능력이나 자질, 그 사람이 이룬 업적이 무엇인지 아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면 여기서 질문 하나. 여러분은 전철 맞은편에 앉아있는 사람을 존경합니까?

한국에서 존경심을 나타내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 중 하나는 존댓말을 사용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존댓말은 연장자 또는 단체나 조직의 상급자에게 쓰거나, 전혀 모르는 낯선 사람에게 쓴다. 존댓말을 써야 하는 상대에게는 대체로 더욱 공손한 태도를 취하고 두 사람 간에는 감정적인 거리감도 더 크다. 이렇게 서열에 따라 올바르게 말이 오고가면 갈등이나 다툼은 없다.



반면 존댓말을 해야 하는 상대에게 반말을 한 경우 장담하건대 100명 중 99명은 정색을 하며 고쳐서 말하라고 점잖게 지적하거나 심지어는 크게 호통을 치고, 감정이 상하면 욕설이나 주먹이 오가는 야단법석이 벌어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런 풍경은 그동안 한국에서 살면서 심심찮게 자주 봐왔다.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상대의 이름 앞에 '미스터'나 '미세스'를 붙여 존경을 표시하는 문화권에서 자란 나에게 '반말을 해도 되는 사람'과 '존댓말을 해야 하는 사람'으로 상대를 '분류'해야 하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 한국어로 대화할 때 개인적으로 신경쓰이는 것 중 하나는 내가 반말을 듣는 입장이 되었을 때, 특히 가족이나 정말 친한 친구가 아닌 상대에게 반말을 들을 때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가다.



예전 회사에서 근무할 때 일이다. 잘 알지도 못하고 말도 한 번 안 해본 동료가 다짜고짜 반말로 말을 걸었다. 나는 우리가 친구도 아니고 회사 동료일 뿐이며 서로 모르는 사이니까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 된다고 했다가 그와 몇 주 동안 굉장히 서먹서먹하게 되었다. 결국 그는 나에게 말하는 태도를 바꾸었고 그 이후 서로를 존중하며 조금씩 더 가까워지게 되었다.

그렇지만 많은 경우, 특히 사무실에서는 반말 사용이 '일방'적인 경우가 많다.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보면 직업적 관계에서 반말을 사용하는 경우 존경과 예의의 정도 역시 상호적이지 않다. 반말을 듣는 입장에 있는 사람은 존댓말을 듣는 사람과 확연히 다른 대우를 받는다.

그런 이유로 사기가 저하되자 일부 한국 기업에서는 직원 간에 반말 사용을 점차 줄여나가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것은 회사 내부 구성원 간의 관계가 계급주의라는 구시대적 수직구조에서 적성과 소질의 수평구조라는 올바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선진적 사고를 하는 기업들은 습관적으로 반말을 던지는 직원들에게 주의를 주고 시정하도록 하는 기업문화를 정립했다.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은 기업이 이에 동참할 것이다. 기업들이 상호 존중의 기업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다면 기업의 생산성과 직원의 이직률도 같이 향상되고 성희롱과 같은 문제도 점차 줄어들 것이다.

내가 존경하고 예의를 표하는 사람을 희롱하고 모욕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곱다'는 한국 속담이 참 좋다고 생각한다. 곱고 아름다운 말이 오고가면 사랑하는 마음과 존경심이 저절로 생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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