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펀드, 처참한 성적표...반년간 1100억 유입 그쳐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2014.09.16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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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급여 5000만원 한도가 발목 잡아...자투리 펀드만 양산

소장펀드, 처참한 성적표...반년간 1100억 유입 그쳐


소득공제장기펀드(소장펀드)가 출시된지 반년이 지났지만 총 모집금액이 1100억원에 그치는 부진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가입대상을 총 급여 5000만원 이하의 근로자로 제한한 것이 타격이 컸다.

16일 펀드평가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소장펀드 전체 모집금액은 1167억원(12일 기준)이다. 세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연말에 자금이 추가로 유입될 것으로 기대를 해본다 하더라도 초라한 성적표다. 당초 금융투자업계는 연간 3조8000억원에서 4조원 가량의 자금 유입을 기대했다.



그나마도 특정펀드에 자금이 쏠리면서 자투리 펀드가 양산되고 있다. 소장펀드 60개 중 자금을 가장 많이 모은 곳은 한국밸류10년투자주식형(409억원), 신영마라톤(172억원), 한국밸류10년투자채권혼합형(138억원)이다. 나머지 57개는 설정액이 100억원도 넘지 못한다. 1억원이 안되는 펀드도 23개나 있다.

소장펀드는 서민과 중산층, 젊은 세대의 목돈 마련 지원을 위해 지난 3월17일 출시됐다. 연금저축펀드가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전환되면서 소득공제가 가능한 펀드 상품은 소장펀드가 유일하다. 과세표준 1200만원~4600만원 구간인 근로자가 연간 최대 납입액인 600만원을 납입했을 경우 납입액의 40%인 240만원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런 장점에도 소장펀드가 흥행에 실패한 가장 큰 이유로는 가입 대상을 너무 협소하게 지정했다는 데 있다. 소장펀드는 직전년도 총 급여소득이 5000만원 이하인 근로소득자만 가입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연소득이 5000만원이라면 국민연금, 건강보험, 소득세 등을 제외하고 실제로 받는 월급은 360만원이 채 안 된다. 치솟는 전세값, 교육비 등을 고려하면 투자 여력이 빠듯하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하고 기업이 이익 잉여금을 쌓아 자금이 가계로 돌지 않는 상황에서 소장펀드의 세제 혜택이 크다고 한들 투자가 가능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소득 제한을 풀고 일본 NISA(소액투자비과세제도)처럼 세금 혜택을 주는 특정 계좌를 만드는 것이 유용하다고 말한다. 일본 NISA는 영국 개인저축계좌(ISA)를 본 딴 것으로 연간 100만엔 범위 내에서 상장주식과 ETF를 포함한 펀드 등에 투자하면 5년 동안 양도차익과 배당소득이 비과세된다. NISA는 2023년까지 10년간 투자할 수 있으며 NISA 계좌에 보유된 상장주식 및 펀드는 언제든 중도에 매각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금융위원회 주도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도입할 계획이다. 다만 시기가 2016년 이후로 늦고 구체적인 내용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소장펀드는 한시적 상품이라 2015년 말까지만 가입 가능하다. 이 연구원은 "ISA 계좌가 소장펀드, 연금저축, 재형저축 등 다양한 상품을 포괄할 것으로 예정돼 있지만 불확실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5년간 돈에 묶이는 소장펀드에 돈을 넣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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