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시장, 선진국 긴축 후폭풍 '일파만파'"-BIS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2014.09.15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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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중앙은행이 통화긴축에 돌입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신흥시장이 거센 후폭풍에 직면할 것이라고 국제결제은행(BIS)이 경고했다.

BIS는 특히 환 헤지(위험회피)와 통화가치가 상호작용하며 변동성이 커지는 '피드백 루프'(feedback loop) 위험의 치명적 파장을 우려했다.



15일 미국 경제전문채널 CNBC에 따르면 BIS는 전날 낸 분기 보고서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통화완화정책으로 저금리 자금을 쏟아 내는 동안 신흥국 비금융기업들이 해외 차입을 대거 늘렸다며 선진국 중앙은행이 긴축기조로 돌아서면 이들은 환 헤지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환율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런 위험이 현실화하면 신흥시장의 취약성이 더 커지고 기업들이 받는 장부상 스트레스는 다른 부문으로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며 "이는 글로벌 자산운용사와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이 보유한 채권에 막대한 손실을 안겨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BIS의 이같은 우려는 지난해 이미 '긴축짜증'(taper tantrum)으로 나타난 바 있다. '긴축짜증'은 지난해 5월 벤 버냉키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요동친 시장의 반응을 뜻한다. 연말까지 이어진 '긴축짜증'은 특히 신흥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이탈로 나타났다. 이 여파로 주요 신흥국에서는 현지 통화 가치와 채권, 주식 가격이 동반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가 두드러졌다.

미국의 통화긴축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된 나라로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 등이 '5대 취약국'(Fragile Five)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FRB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임박했다는 소식에 달러가 강세를 띠면서 주요 신흥국 통화 가치는 이미 급락세를 띠고 있다. 미국의 금리가 실제로 급격히 오르면 신흥국 외환시장이 얼마나 큰 충격을 받을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신흥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가 오른 만큼 신흥국 기업들의 '달러 빚' 상환 부담도 커진다.


BIS는 보고서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느슨해진 선진국 통화정책은 대규모 자금이 신흥국으로 유입되는 배경이 돼 신흥국 경제에 이익을 가져다줬지만 반대로 자산거품 우려가 커진 신흥시장은 외부 충격에 더 취약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도 그럴 게 주요 신흥국 기업들이 2009-2012년 해외에서 차입한 자금은 3750억달러(약 389조3624억원)로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이전 4년 동안 차입한 액수의 2배가 넘는다.

BIS는 신흥국 기업들의 차입비중이 이렇게 높아진 데 따른 위험을 정확히 평가하기엔 자료상 한계가 있지만 여러 지표들은 기업들의 차입 부담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한 예로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는 최신 보고서에서 중국 기업, 특히 부동산개발업체들은 차입 규모가 다른 신흥시장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커 중국의 저성장 및 이윤 축소 환경에서 채무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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