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사진=뉴스1제공
이경재 이사회 의장을 비롯한 사외이사들은 간담회 직후 배포한 자료를 통해 "임 회장 거취문제에 대해 토론을 했다"며 "다수의 이사는 KB금융의 조직안정을 위해 임 회장 스스로 현명한 판단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사퇴 요구에 이어 오는 17일 이사회를 열 예정이다. 이 의장은 "아직 안건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사회를 위한 일정을 조율해 놓았다"고 말했다. 특히 이 의장은 "간담회가 아닌, 정식 이사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리 사외이사들에게 전달된 안건은 없지만, 정해진 날짜 전까지 안건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의미다. 이는 임 회장이 사퇴 의사를 표명하면 수리하거나, 사퇴를 끝내 거부하면 대표이사 해임안을 상정해 통과시킬 것이란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중징계는 물론 검찰까지 KB금융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면서 임 회장을 압박하고 있는 만큼, 사외이사들로서도 '현실론'을 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사외이사는 "이번 금융당국의 중징계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 임 회장 입장에서는 억울한 측면이 분명히 있다"면서도 "현재 상황에서는 더 이상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운 만큼 어려운 결단을 당부한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극단적 결말인 해임보다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길을 터주겠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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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날 간담회에서 일부 사외이사들은 해임에 대해 줄곧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또 다른 사외이사는 "사퇴 권고에 대해선 현실적으로 다수 사외이사들이 동의했지만, 당국의 요구에 따라 해임까지 하게 된다면 '관치'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사회 안에서도 고민이 깊다"고 전했다.
KB금융 내부에서까지 사퇴 압력을 받게 되면서 임 회장의 최종 거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KB금융 이사회 관계자는 "오늘까지 이 의장이 직접 임 회장을 만나거나 전화로 사퇴를 종용하진 않았다"며 "거취 문제는 임 회장께서 스스로 최종 판단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임 회장의 선택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선 다음 이사회 전까지 결단을 내릴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임 회장은 주변과 연락을 끊은 채 현재 자택에서 장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직무정지 조치는 임직원의 각종 보고를 차단하고 있다"며 "임 회장과의 개인적인 통화까지 보고로 간주될 수 있어, 직원들은 더욱 의중을 알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임 회장이 일찌감치 '배수진'을 친 만큼 벼랑 끝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KB금융 한 고위 관계자는 "임 회장이 만일 사퇴할 의지가 있었다면, 금융위의 중징계 후 벌써 내려놓았을 것"이라며 "이사회의 대표이사 해임 결정시 가처분 청구와 향후 행정소송 등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