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세탁기 파손' LG전자, 한달전 자료 다시 낸 이유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2014.09.15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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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법인이 8월 현지에 배포한 자료, 국내서 이름만 바꿔 내놔

지닌달 19일 블룸버그통신에 올라온 LG전자의 미국현지법인 보도자료./사진=블룸버그 홈페이지.지닌달 19일 블룸버그통신에 올라온 LG전자의 미국현지법인 보도자료./사진=블룸버그 홈페이지.


'LG가전, 미국 바이어가 선정한 최고 제품 선정'.

15일 LG전자가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한 자료의 제목이다. 미국 가전 전문매체인 '트와이스'(TWICE)가 실시한 제품평가에서 자사의 세탁기 및 냉장고가 2년 연속 최고 제품으로 선정됐다는 내용이다.

이 자료에는 최고 제품으로 선정된 LG세탁기와 냉장고의 기술적 우수성과 특징 등이 상세히 담겼다. 국내 언론들은 LG전자가, 미국 바이어가 선정한 최고 가전에 뽑혔다고 앞다퉈 보도했다.



문제는 이 자료가 약 한달 전인 지난 8월19일(미국 현지시간) LG전자 미국 법인(LG전자 USA)에서 현지 언론을 대상으로 배포한 것과 같은 내용으로 블룸버그 등이 이 자료를 이미 보도한 재탕이라는 점이다.

미국 현지 배포 하루 전날인 지난달 18일 트와이스는 당일 지면에 '트와이스 VIP(Very Important Product) 어워드 2014' 수상 제품들을 발표한 바 있다.



LG전자는 703개 단어가 사용된 2페이지 분량의 기존 영문 보도자료를 180개 단어, 1페이지 분량의 국문 보도자료로 '요약'해 이날 배포한 셈이다.

굳이 차이가 있다면 데이비드 반더왈 LG전자 미국법인 마케팅헤드의 수상 소감이 미국법인장인 조주완 전무의 발언으로 바뀐 정도다. 한 달 전 미국에서 보도됐던 내용이 이날 국내에서 새로운 뉴스로 '재탄생'했다.

특히 지난 15일 삼성전자 (77,600원 ▼400 -0.51%)가 자사 제품을 파손시킨 혐의로 조성진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 등 경영진을 수사의뢰하며 세탁기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LG제품 최고'라는 한 달 전 자료가 개운치 않은 의혹을 낳고 있다.


이에 대해 LG전자 (92,400원 ▲900 +0.98%) 관계자는 "최근 사건과 이날 보도자료 배포와는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며 "미국 법인에서 해당 사실을 (본사로) 뒤늦게 전달하면서 자료 배포가 지연된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블룸버그 등 주요 언론사들이 PR뉴스와이어 등의 자료를 받아 자사 홈페이지에서 한 달 전에 전 세계 독자에게 공개한 사실을 LG전자 본사만 알지 못했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지난해에도 8월 14일에 거의 같은 제목으로 전 언론에 'LG 세탁기·냉장고·TV, 미 바이어 최고 평가'라는 자료가 배포된 바 있다. 연례행사와 같은데 이번에는 검찰이 세탁기 고의파손 의혹에 대한 수사에 들어가는 절묘한 타이밍이 자료를 뒤늦게 냈다는 점이다.

LG전자가 세탁기 파손과 제품의 성능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자사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과거 자료를 활용했다는 의혹을 사는 대목이다.

한편, 트와이스가 평가한 36개 항목의 제품 중 삼성전자가 4개 부문(태플릿PC, 500달러 미만 사운드바, 57인치 이하 평판TV, 무선 오디오), LG전자가 3개 부문(스마트폰, 냉장고, 세탁기)에서 최고 평가를 받았다. 영상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낸 소니는 4개 부문에서 최고 제품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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