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가지론' 강준만, "분당 안돼…안철수 백의종군 기여해야"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2014.09.15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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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특정 계파 공격보다 타협과 화합 모색해야"

'싸가지론' 강준만, "분당 안돼…안철수 백의종군 기여해야"


기가 막힌 '타이밍'이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최근 진보 진영의 '싸가지 없음'이 집권의 걸림돌이란 내용의 저서를 펴내 이른바 '싸가지' 논쟁을 촉발시켰다.

상대편에 대해 분노와 심판, 응징에 골몰하는 운동권 방식의 정치를 비판한 그의 주장에 반박과 재반박이 한창 이어지고 있다. 이 와중에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일부 강경파 의원들의 극렬 반대로 비상대책위원장 영입이 무산되는 문제가 터지면서 강 교수가 제기한 '싸가지' 문제를 다시 한번 환기시켰다.



비대위원장 영입 대상 중 한 명이었던 그는 정작 '싸가지론'이 새정치민주연합 내 특정 계파를 공격하는 것으로 비치는 것을 극구 우려했다. 계파 갈등에 따른 분당도 해법이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비대위원장 물망에 오른 사연은

강준만 교수는 14일 머니투데이와 만나 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된 것과 관련해 "그쪽(박영선 원내대표)에서 '한번 만나자, 전화 달라'는 메일이 왔었다"면서 "정치인과 접촉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어서 답장을 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정치는 내가 잘 할 수 있는 영역이 전혀 아니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비대위원장을 맡아달라는 요청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면서 "더구나 유권자들에게 달라질 것이란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한 용도로 비대위원장을 영입하는 발상 자체가 마음에 안든다"고 말했다.

또한 "(정당) 안에서 오랜 세월 정치한 사람도 계파에 치이고 아무 것도 못하는 데 영입 과정에서부터 민주당 내부의 반대하는 모습에서도 나타나지 않았는가"라며 "그렇다고 (반대를 위해) 단식까지 할 문제인지, 어느 정당이나 그렇지만 아이디어나 콘텐츠가 부족해서 문제에 부딪히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자신의 저서 '싸가지 없는 진보'에서 운동권 체질이 남아있는 강경파 의원들이 "민주 대 반민주에 근거한 선악 이분법"의 인식 하에 도덕적 우월의식에 사로잡혀 중도 성향 세력 마저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들의 반대로 비대위원장직을 고사한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다음 대선에서 집권하기 위해 외연을 확대하기 위한 제3의 길을 함께하지 못할 사람들이 너무 많다"며 분당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강 교수는 그러나 "일부 의원들도 분당을 얘기하는데 그것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네댓 개 정당으로 갈라서면 (당장은) 속편하겠지만 나중에 정당끼리 연대하는 과정에서 생길 갈등을 생각하면 갈라서는 것은 해법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진보정당들이 (분열로 인해) 몰락하고 있는 것을 봐라. 안에서 내부적으로 타협하고 화합하는 법을 스스로 만들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싸가지' 없어도 분당은 해법 아냐…안철수의 갈 길은
안철수 의원 역시 분당 대신 새정치민주연합, 아니 민주당에 남아 화합의 길을 모색해야 할까. 대선 당시 안 의원에 대한 공개 지지를 선언한 바 있는 그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민주당과의 통합 후 안 의원의 행보는 실패했으나 그럼에도 안 의원이 '큰 싸가지'를 보여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강 교수는 "'큰 싸가지'를 얘기한 이유는 (안 의원이) 마음을 비우고 이른바 백의종군의 자세로 새정치에 기여하겠다고 가야한다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되는 목표를 전면에 내세워서는 더 추락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친노 세력을 비롯해 계파 경쟁을 회피하지 말고 보다 적극적으로 경쟁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그는 공천 등을 둘러싼 당내 계파갈등에 대한 해법으로 사회적 네트워크를 기반한 '풀뿌리 건설'을 제안했다.

일종의 '느슨한 연결 고리'로 당의 폐쇄성 문제를 해결하자는 전략인데 당 지역위원회를 공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으로 바꾸자는 우상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방안을 대표적으로 꼽았다.

문제는 강 교수의 주장이 당내 조직력을 바탕으로 목소리를 키워 온 강경파의 방식을 다른 계파들이 수용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다는 점이다. 결국 야당의 집권 실패를 초래한 '싸가지 없는 진보'를 비판해놓고 해결 방법으로 안 의원을 비롯한 다른 계파가 이들을 포용하고 화합하도록 '큰 싸가지'를 발휘해야 한다고 주문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그는 "사실상 친노의 방식을 편들어준 것"이라고 시인하면서 "그러나 저쪽(친노)은 순도는 높지만 세를 늘리기 힘들다. 대중의 일상에서 '느슨한 연결고리'를 바탕으로 하는 '풀뿌리'를 형성하면 공천의 민주화와 합리화를 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싸가지 없는 진보'가 문제점이라면 '싸가지 없는' 이들에 대한 비판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지적에도 "새로운 목표지점을 향해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자는 것"이라며 "그들을 공격하기 보다는 '싸가지'를 갖추고 타협하고 화합해서 정치가 국민에게 부담되거나 독약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이 차기 집권을 위해 보다 중도 노선을 취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강 교수는 "보수 카테고리에 속하는 사람들은 비교적 균질적인 데 비해 현재 (우리 사회의)진보는 자본주의를 부정하는 사람들까지 말도 못할 정도로 복잡하다"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진보정당 다 모이라고 '빅텐트'론을 외치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가난한 사람들도 너무 진보적인 정책은 안 믿고 오히려 그렇게 하면 나라 거덜난다고 반대한다"면서 "당에서 진보적인 정책을 제시하면 그 부작용에 대한 각론도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은 없고 계파 투쟁을 위장하기 위해 진보 노선을 내세워선 안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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